신한금융 측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당선축하금 명목으로 3억원을 건넸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이 본격적인 재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부장 노만석)는 11일 오전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신 전 사장은 스스로를 신한금융 경영권 분쟁과 무리한 검찰 기소의 피해자라고 주장해 온 인물이다.
수사 핵심은 이른바 ‘남산 3억원 의혹’에 대한 실체 규명이다. 라응찬 당시 신한금융지주 회장 측이 이 전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08년 2월 서울 남산자유센터 주차장에서 3억원을 이 전 대통령 측 인사에게 전달했다는 게 주 내용이다. 이 의혹은 검찰이 당시 이희건 신한금융 명예회장의 경영자문료 15억6,600만원 횡령 등의 혐의로 신한은행 측으로부터 고소당한 신 전 사장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횡령액 일부가 MB 당선축하금 명목으로 쓰였다는 신한은행 비서실 직원의 진술이 나온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돈을 받은 인사의 실체를 밝히지 못한 채 횡령 관련 부분만 기소하고 사건을 마무리했다.
이 의혹과 관련해 최근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위원장 김갑배)는 법원에서 인정된 사실관계 등을 근거로 ‘남산 3억원 사건’의 실체가 있다고 보고 진상 규명과 사법처리를 권고했다. 과거사위는 위성호 당시 신한금융지주 부사장(현 신한은행장)이 당시 비서실 직원이 진술을 번복하도록 회유한 정황도 추가로 확보해 검찰에 넘겼다.
허위 고소와 위증을 통한 신 전 사장 찍어내기 의혹은 남산 3억원과 얽혀있는 또 다른 사안이다. 당시 신 전 사장은 신한금융의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라 전 회장 측과 대립했다. 이와 관련해 과거사위는 신한 전ㆍ현직 임직원 10명을 위증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바 있다. 검찰은 신한은행 측이 2010년 9월 신 전 사장에 대해 횡령 등 혐의로 고소하고, 수사와 재판 과정에 신한 측 임직원이 조직적으로 위증에 가담 혹은 교사했는지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남산 3억원 및 신 전 사장 찍어내기 의혹과 관련해 당시 검찰의 권한 남용이 있었느냐는 수사의 또 다른 핵심 갈래다. 신한은행 측의 신 전 사장 고소로 검찰 수사가 시작돼 고소 사실 전부에 대해 기소했지만, 대부분 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되면서 ‘청부 수사’ 논란이 일었다. 실제로 이 사건을 맡은 2심 재판부는 “고소 경위나 의도에 있어서 매우 석연치 않은 사정이 엿보일 뿐 아니라 고소 내용 중 대부분이 사실과 다르다”며 검찰 수사를 이례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과거사위는 당시 검찰이 부실ㆍ편파 수사로 경영권 분쟁 당사자 일방에게 유리한 수사를 함으로써, 검찰권을 남용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검찰은 대검 진상조사단에서 넘겨받은 기록과 신 전 사장 진술을 토대로, 라 전 회장과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 등 의혹에 연루된 이들에 대한 조사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수사 결과에 따라 당시 정ㆍ관계 인사나 신한금융그룹 지도부는 물론, 검찰 내부로도 불똥이 튈 수 있다. 무엇보다 지금 검찰이 부실 수사를 증명해낼지 관심이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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