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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 선제적 확충" 교보생명 창립 60년 만에 상장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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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 선제적 확충" 교보생명 창립 60년 만에 상장 추진

입력
2018.12.12 04:4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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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 경영 현황 _ 송정근 기자
교보생명 경영 현황 _ 송정근 기자

국내 생명보험사 ‘빅3’ 중 하나인 교보생명이 창립 60년 만에 상장을 추진한다. 새 보험업 국제회계기준(IFRS17) 시행 등 보험시장 격변기에 선제적으로 자본을 늘려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금리 상승, 고령화 등 생보업계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에서 교보생명이 원하는 수준의 자본을 유치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교보생명은 11일 정기이사회를 열고 내년 하반기 기업공개(IPO) 추진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1958년 8월 창립된 지 60년, 7월 이사회에서 IPO를 포함한 증자를 검토하기로 결정한 지 5개월 만이다. 상장 주관사로는 크레디트스위스(CS)와 NH투자증권이 선정됐다. 교보생명은 조만간 주관사를 추가 선정하고 지정감사인 감사, 상장 예비심사, 증권신고서 제출, 공모 등의 절차를 거쳐 내년 하반기까지 IPO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신주발행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는데, 시장에선 교보생명의 시가총액이 5조원 수준일 것으로 보고 있다.

교보생명이 상장에 나선 것은 자본 확충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2022년 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ㆍ킥스) 도입에 따라 보험사들은 수조원대의 추가 자본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IFRS17이 시행되면 보험사 부채가 원가 대신 시가로 평가되는 것은 물론이고 생보업계 전체 수입보험료의 33%가량을 차지하는 저축성보험이 부채로 새로 편입된다. 보험사마다 부채 규모가 급증하면서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 비율이 하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교보생명은 그간 이러한 제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매년 5,000억원을 내부 유보금으로 쌓고 지난해 7월엔 5억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해외에서 발행하는 등 자본 확충 노력을 기울여 왔다. 덕분에 회사 자산 규모는 107조원을 넘고 RBC 비율은 292%로 당국 권고치(150%)를 크게 웃돌고 있다. 그럼에도 새로운 규제 체제에서 성장 동력을 유지하려면 선제적인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는 내부 결론을 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상장 결정이 재무적투자자(FI)를 감안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 등으로 구성된 교보생명 FI들은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의 교보생명 지분 24%를 1조2,054억원에 사면서 2015년 말까지 IPO가 이뤄지지 않으면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에게 지분을 되팔 수 있는 권리인 풋옵션을 받았다. 그러나 당초 약속한 시점까지 IPO가 이뤄지지 않자 FI들은 최근 투자금 회수를 위해 풋옵션을 행사하겠다고 통보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으로 FI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교보생명이 증시에 입성하면 상장 생보사는 총 6곳으로 늘어난다. 앞서 동양생명이 2009년 10월 생보사 가운데 처음으로 증시에 입성했고, 이듬해 3월과 5월에는 한화생명과 삼성생명이 각각 뒤를 이었다. 이후 미래에셋생명(2015년 7월)과 오렌지라이프(2017년 5월)도 상장에 성공했다.

다만 생보사 상장 여건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저출산 고령화로 생명보험 시장 규모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는 데다가, 생보사 입장에선 수익성을 높일 호재인 금리 상승도 향후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여건 탓에 상장 생보사 모두 공모가를 밑도는 주가를 기록하고 있다. 강승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장기채권 금리와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생보사에게 우호적인 환경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보생명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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