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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트렌드, NOW] 기후 변화 역발상, 물에 투자하는 하버드대

입력
2018.12.11 17:05
수정
2018.12.11 19:58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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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포도농장의 포도. 월스트리트저널(WSJ) 캡처
하버드 포도농장의 포도. 월스트리트저널(WSJ) 캡처

세계 최고의 두뇌를 배출하는 미국 하버드대학이 자체 기금 운영에서도 독보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기후 변화 여파로 중요성이 높아진 수자원의 미래 자산가치에 오래 전부터 선제적으로 수천억원을 투자, 높은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

1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하버드대는 자체 기금 중 일부를 지하수 개발이 용이한 캘리포니아 농지에 선별적으로 투자하는 일종의 ‘물테크’를 진행 중이다. 2012년 브로디에이어라는 법인을 통해 지하수가 풍부한 캘리포니아 포도 경작지 토지 7.77㎢를 매입했는데, 당시 1억달러(1,120억원)이던 농지 가격이 올해에는 3억5,000만달러로 평가됐다. 기후 변화로 캘리포니아 지역이 잦은 가뭄에 시달리면서 지하수가 풍부한 토지 가격이 크게 뛰었기 때문이다. 부동산 평가사 조앤 월은 “캘리포니아에서 적절한 물이 없는 땅은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농지에 심을 작물로 포도를 선택한 것도 성공 투자전략의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포도는 약 75%가 수분으로 이뤄진 만큼 재배 과정에 물이 많이 필요하다. 가뭄에 시달리는 캘리포니아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포도를 선택한 건 하버드대가 지역 내 수원을 선점해 전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캘리포니아산 와인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유명 헤지펀드 운영자인 마이클 버리는 뉴욕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음식이 곧 물에 대한 투자라는 사실은 자명해졌다”며 “수자원이 풍부한 곳에서 작물을 재배하고, 물이 부족한 다른 지역에 판매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하버드대의 발빠른 ‘물테크’에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하버드가 지하수를 모두 끌어다 쓰고 있다”며 “캘리포니아의 ’물 사용 규제’가 더 강화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2014년 주정부가 ‘과도한 물 사용에 벌금을 부과하겠다’며 내린 조치가 아직 해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하버드대가 자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만성 물부족에 시달리는 캘리포니아 지역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버드대의 투자행태가 공공성을 강조하는 자체 투자지침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WSJ에 따르면 하버드대는 ‘기후변화 등으로 토지나 물 같은 자원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내용을 내부 투자지침으로 채택한 바 있다. 이에 대해 50년 동안 캘리포니아에서 포도농사를 지어왔다는 신디 스타인벡은 “하버드의 투자는 단순히 포도를 재배하고 파는 것이 아니라, 물을 이용해 돈을 벌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하버드대 투자운용부서는 “순수한 농업 목적일 뿐”이라며 “포도농장은 수자원 보호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슬아 인턴기자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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