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쓰이지 못한 세금에 성장률도 떨어져
정부가 10월까지 거둬들인 국세수입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조원 넘게 늘어나면서 목표 세수에 근접했다. 11월부터 초과 세수를 기록할 것이 확실시된다. 정부의 세수 예측 실패로 세금이 과도하게 걷히면서 경제 활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든 상황이다.
11일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월간 재정동향 12월호’에 따르면 10월 국세수입은 29조7,000억원이다. 1년 전보다는 1,000억원 감소했다. 하지만 1~10월 누계로는 263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6조5,000억원 늘었다.
이에 따라 목표 세수 대비 실제 걷힌 비율을 뜻하는 세수 진도율은 1년 전보다 3.8%포인트 상승한 98.2%를 기록했다. 1년 동안 걷힐 것으로 예상했던 세금 268조1,000억원 가운데 거의 대부분을 10월까지 거뒀다는 의미다. 올해 초과세수 규모가 30조원을 훌쩍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과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세수 증가는 소득세가 이끌었다. 10월 소득세 수입은 6조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6,000억원 증가했다. 전체 근로자 명목임금이 전년 대비 4.1%가 상승하면서 근로소득세가 증가한 영향이 컸다. 10월 법인세 수입도 1년 전보다 1,000억원 증가한 2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1~10월 누적 법인세 수입은 68조원으로 진도율 107.8%를 기록했다. 걷어들인 세수가 이미 연간 목표치를 훌쩍 뛰어넘었다는 얘기다. 10월 부가가치세 수입은 15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6,000억원 감소했다. 수출 증가에 따른 환급액이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럼에도 부가가치세 진도율 역시 101.0%로 이미 목표치를 넘어섰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1~10월 누적 28조7,000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기금을 제외한 수치로 실질 재정건전성을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는 5조7,000억원 적자를 나타냈다. 10월 말 기준 중앙정부 채무는 전월 대비 3조1,00억원 증가한 666조2,000억원이다.
세수 호황은 역으로 말하면 국가 재정이 효율적으로 집행되지 못한다는 의미다. 소비, 투자 등에 쓰일 재원이 나라 곳간에 쌓이면서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세수 확대를 통한 세금이 비효율적으로 쓰이고 있다”며 “꼭 필요한 곳에 재정이 효율적으로 투입되고 있는지 전면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