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건이 재일민단 단장 韓취재단과 간담회서 현지 분위기 소개
“재일동포 대상 헤이트 스피치 증가… 총영사관에 협박전화도”
재일동포를 향한 일본 사회 분위기가 냉랭해지고 있다. 최근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우리 정부의 화해ㆍ치유재단 해산으로 다시 불거진 과거사 문제로 한일 관계가 악화하면서다. 혐오를 부추기는 건 과거사 몰이해다.
재일교포 단체인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의 여건이 중앙본부 단장은 “센다이에 있는 총영사관에까지 협박 전화가 오고, 인터넷상에 재일동포를 향한 헤이트 스피치(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인 차별ㆍ혐오 발언)도 증가했다”고 밝혔다. 6일 일본 도쿄 민단 본부에서 진행된 외교부 공동취재단과의 간담회에서다.
여 단장이 전한 일본 현지 분위기는 짐작보다 훨씬 험악한 듯하다. “행사를 개최할 때마다 극우 단체가 시위하러 와서, 민단 본부에도 일본 경찰차가 매주 온다”고 한다. “심지어 휴일에도 올 정도”라는 게 여 단장 전언이다.
재일동포를 향한 인터넷상의 혐오 발언도 많아지는 추세다. 여 단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재일동포를 대상으로 한) 헤이트 스피치도 너무 확산됐다“고 주장했다. 다만 “(혐오 발언을 하면) 제지 대상이 되는 것을 일본 시민도 알고 있는 데다 헤이트 스피치가 발생했을 때 일본 경찰이 지켜주기도 해 아직 큰 불상사는 없다”고 덧붙였다. 2016년 제정된 ‘헤이트 스피치 억제법’ 덕이라는 설명이다.
이들의 혐오는 한일 과거사에 대한 몰이해 탓이라는 게 여 단장의 인식이다. “일본의 보통 사람들은 관심도 없다”며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 사회의 반응이 어떠냐는 질문을 일축했다. 그는 “일본 사람들은 (한국의) 마음 아픈 역사를 모른다”며 “과거사와 위안부, 강제징용 등 일본 사람들의 역사 인식은 0점”이라고 지적했다. 여 단장은 “당신들의 나라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말해줘도 역사를 잘 모르기 때문에 ‘알았다. 마음대로 해라’라는 식”이라며 “일본 언론도 관심이 없기는 마찬가지”라고 안타까워했다.
이는 재일동포만의 피해의식이 아니다. 일본 일간 마이니치(每日)신문의 사와다 가쓰미(澤田克己) 외신부장도 5일 공동취재단에 “한국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일본에서 화해ㆍ치유재단과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반감이 심한 상황”이라며 “일본 총리 관저와 외무성에도 한국 국민신문고 같은 민원 창구가 있는데, 최근 한국 비판 글이 대중(對中) 비판보다 2, 3배 많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사와다 부장은 “기존 헤이트 스피치에 반대하던 일본인들 사이에서도 ‘한국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정서가 늘고 있는 듯하다”며 “주일한국대사관과 한국 정부간 소통 부족으로 일본 현지 상황을 정확히 전달 못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갈등 상황의 해법과 관련해 여 단장은 “냉정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법원 판결로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일본에서 나오는 데 대해서도 “(피해자) 개인에게는 미안하지만 나쁜 조약이 있으면 (그것을 토대로) 계속 교섭하고 전진해야 한다”며 “‘조약(한일 청구권협정)은 없다’ 식으로 하면 ‘대한민국은 외교를 무시하는 나라인가’라는 생각을 (일본은) 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도쿄=공동취재단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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