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혼부부의 80% 이상이 가계대출을 보유하고 있고 대출 규모는 8,800만원(중앙값 기준) 수준으로 조사됐다. 집을 가진 신혼부부의 대출금은 1억2,000만원으로 무주택 신혼부부의 두 배였다.
통계청은 11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17년 신혼부부통계’를 발표했다. 남녀 모두 초혼으로 최근 5년 이내 혼인신고를 한 부부 중 표본으로 뽑은 4만5,000쌍의 대출정보를 금융기관에서 제공 받아 처음 작성한 통계다. 대부업체나 사채시장에서 빌린 돈이나 사업 목적의 대출은 통계에 포함하지 않았다.
표본 분석을 바탕으로 신혼부부 전체(110만3,000쌍)의 가계대출 실태를 추정한 결과 대출이 있는 부부는 전체의 83.3%인 91만9,000쌍이었다. 남편이 단독으로 대출을 받은 경우가 전체의 40.8%, 남편과 아내가 모두 대출을 받은 경우는 32.6%였다.
가계대출 잔액의 중앙값(일렬로 세웠을 때 가운뎃값)은 8,784만원으로, 전년(7,778만원)보다 12.9% 늘었다. 구간별로 보면 ‘1억원 이상~2억원 미만’이 28.5%로 가장 많았다. 반면 신혼부부의 지난해 소득(근로+사업소득) 중앙값은 4,630만원으로 전년 대비 6.7% 늘어나는데 그쳤다. 대출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보다 2배 가까이 높은 셈이다. 연 소득은 ‘3,000만원이상~5,000만원 미만’이 26.1%로 가장 비중이 높았다. 박진우 통계청 행정통계과장은 “결혼 5년차까지는 내 집 또는 전세자금 마련을 위한 대출이 많은 시기인데다, 지난해에는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라 주거 목적의 대출이 특히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주택을 소유한 부부의 대출 잔액 중앙값은 1억2,049만원으로 무주택 부부(6,000만원)보다 2배 이상 많았다. 또 맞벌이 부부의 대출 잔액은 1억9만원으로 외벌이 부부(8,000만원)의 1.3배였다. 맞벌이 부부가 상대적으로 대출 상환 능력이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택을 소유한 부부는 전체의 43.6%, 맞벌이 부부는 44.9%였다.
한편 신혼부부는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초혼과 재혼을 합친 전체 신혼부부는 지난해 11월1일 기준 138만쌍으로 전년 대비 4.0% 줄었다. 이에 따라 최근 5개년 혼인건수 감소율도 종전 연평균 3.7%(2012~2016년)에서 4.9%(2013~2017년)로 확대됐다.
혼인건수가 줄어들면 출생아 수 또한 줄어들게 마련이다. 게다가 자녀를 갖지 않는 부부도 늘어나는 추세여서, 지난해 초혼 신혼부부 중 자녀를 출산하지 않은 이들은 41만4,000쌍(전체의 37.5%)으로 전년보다 1.2%포인트 늘었다. 신혼부부 평균 출생아 수는 맞벌이(0.70명)가 외벌이(0.86명)보다 적어 여성의 경제활동도 저출산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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