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제주도에 푸조·시트로엥 박물관이 개관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개관 이전부터 박물관 주변을 오갈 때마다 '얼마나 진척되었나..'라며 살펴보던 기억이 있었던 만큼, 곧바로 제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맡겼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제주도에 자리하며 '소비자 만족도' 1위를 달리는 푸조·시트로엥 렌터카를 통해 함께 할 '파트너'를 전달 받았다.
그렇게 푸조 5008 GT와 함께 제주도를 달리게 되었다.
과연 제주도의 도로, 환경 속에서 푸조 5008 GT는 어떤 매력과 가치, 그리고 가능성을 선사할까?
푸조 5008 GT는 말 그대로 푸조 3008 GT를 조금 늘려놓은 모습이다. 3008 GT 및 3008들과 같이 PSA 그룹이 자랑하는 모듈형 플랫폼 ‘EMP2’를 기반으로 한다. 이를 통해 4,640mm의 전장과 1,845mm의 전폭을 갖췄으며 전고 역시 1,650mm다. 참고로 휠베이스는 2,840mm으로 전장에 비해 상당히 긴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제주의 자연과 어우러지는 디자인
더욱 최신의 아이덴티티를 품은 508이 이미 공개된 상태지만 푸조 5008 GT 또한 푸조 디자인 기조의 변화와 현 주소와 미래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있는 차량이다. 단정하면서도 날렵한 실루엣, 디테일을 더해 독특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도로 위에서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했다.
BMW의 신형 3 시리즈를 보면 푸조의 새로운 헤드라이트를 탐낸 것처럼 느껴진다. 푸조는 이 헤드라이트와 고급스러운 느낌이 드는 프론트 그릴, 그리고 볼륨감을 강조한 전면 범퍼를 적용해 화려하면서도 단정한 이미지, 그리고 SUV에 걸맞은 존재감을 명확히 드러낸다.
물론 차량의 전면 디자인에서 볼 수 있듯, 5008 GT은 지프, 랜드로버 등과 같은 차량들처럼 대대적인 오프로더의 존재감을 추구하진 않는다. 도심형 SUV로서, 트렌디하고, 일상 속에서 함께 하기 좋은 존재임을 외형에서부터 드러낸다.
다만 특이한 점이 있다면 이러한 디자인이 제주도의 환경가 너무나 잘 어우러진다는 점이다. 한라산을 제외한다면 비교적 완만하고, 이국적인 느낌의 환경 때문인지는 몰라도 푸조 5008 GT는 제주도 어디에서도 '주변 풍경'과 잘 녹아드는 모습이었다.
7인승 SUV의 존재감을 형성하는 새로운 루프 디자인과 이 아래 자리한 측면 및 후면 디자인은 긴장감을 살려 경쾌함을 강조했던 3008 계열에 비해 훨씬 여유롭고 안정적이다. 스포티한 맛은 다소아쉽지만 그럼에도 누가 보더라도 ‘푸조의 차량’임은 명확하게 느껴진다.
i-콕핏이 가진 레이아웃의 승리
푸조 5008 GT의 실내 공간은 시각적인 매력, 소재의 다양화를 통한 질감의 매력이 돋보인다.
이는 기존의 푸조 3008과 같은 맥락이다. i-콕핏의 구현에 있어서 일부 아쉬운 부분도 분명 존재하고, 또 품질이 떨어지는 부분도 있지만 곳곳에 적용된 가죽과 직물, 그리고 우레탄 등 각 패널이 구성하는 전체적인 조형미가 우수해 '도어를 열고 보았을 때'의 만족감이 정말 뛰어나다.
세련된 스타일로 다듬어진 디지털 계기판, D-컷 스타일로 다듬은 스티어링 휠, 고급스러운 느낌의 기어 시프트 레버 등 실내 공간을 채우는 요소들의 매력도 돋보인다. 여기에 방향 카트리지 장착 및 방향제 기능이 기본으로 탑재되어 있는 의외의 디테일까지 선호인다.
공간은 충분하다. 먼저 1열 공간의 경우 레그룸은 체격에 따라 조금 좁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대다수의 운전자라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다. 여기에 푸조 5008 GT라인의 강점이라 할 수 있는 매력적인 시트를 조합하여 일상적인 승차감은 물론이고 스포츠 드라이빙에서도 더욱 높은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다만 2열 공간과 3열 공간에 대해서는 매력과 아쉬움이 공존한다.
헤그룸과 레그룸을 떠나 2열이 3개의 독립 시트로 나뉘어 사용할 수 있다는 점과 슬라이딩 기능까지 탑재되어 있어 그 활용성에 날개를 달다. 3열은 두 개의 독립된 시트를 적용했는데 풀 사이즈의 형태를 하고는 있지만 막상 성인이 앉기에는 좁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라 말 그대로 ‘시트의 존재’에 만족감을 둬야 할 것이다.
5008 GT라인을 비롯해 푸조 5008의 3열 시트 활용을 권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적재 공간을 떠올렸다. 실제 3열 시트까지 모두 사용할 경우 5008의 적재 공간은 단 236.8L에 불과하다. 3열을 접으면 952L의 공간, 그리고 바로 2열과 3열 시트를 모두 접었을 때에는 최대 2,150L에 이르는 넉넉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제주도를 즐기는 7인승 SUV, 5008 GT
세세한 이야기를 하기 전, 전체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5008 GT는 기존 3008 GT와 같은 파워트레인을 공유하고, 차량의 구성에 있어서도 동일한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에 누군가는 아쉽다고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3008 GT처럼 5008 GT 또한 완성도 높은 뛰어난 주행 성능을 갖고 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5인승보다 더 긴 차체 덕에 주행 상황에서 특유의 길이감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GT, 즉 그란투리스모라는 트림 네임처럼 극한의 스포티한 성향보다는 제법 능숙하면서도 여유로운 드라이빙의 질감을 드러내는 특유의 감성에 'GT의 본질'을 연출하려는 노력을 느낄 수 있는 차량이다.
푸조 5008 GT의 보닛 아래에는 최고 출력 180마력과 40.8kg.m의 토크를 내는 2.0L 블루HDi 디젤 엔진은 어떤 상항에서도 제몫을 다하는 EAT6 6단 자동 변속기와 조합을 맺어 전륜으로 출력을 전달한다. 수치적으로 아주 우수한 수치는 아니지만 5008 GT의 주행은 무척 만족스럽다.
이미 1.6L 블루HDi 엔진을 탑재한 308 SW로도 제주도는 충분하다는 걸 느꼈던 만큼 이번의 5008 GT 또한 제주도의 모든 도로에서 우수한 충분한 가속력을 느낄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제주도의 거센 바람 때문인지 의외로 대다수의 상황에서 '정숙성'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크게 느끼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번 제주도 일정은 이슬비, 진눈깨비가 계속 내리며 젖은 노면이 이어졌기 때문에 차량의 성능을 100% 활용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구간에서는 힘찬 가속, 높은 출력을 유지하며 드라이빙을 즐기기도 했는데, 제주도가 갖고 있는 고저차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EAT6 자동 변속기는 모나지 않고 견실하다. 듀얼 클러치 방식이 아닌 토크 컨버터 방식의 변속기라 아주 기민한 변속 속도를 가지고 있거나 또 물 흐르듯 매끄러운 변속감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특별히 단점이라 지적할 것이 없을 만큼 다양한 상황에서 부족함 없는 모습이다. 게다가 변속 후 출력이 이어지는 순간의 기계적 감각은 무척 매력적이다.
GT 엠블럼이 새겨진 컴팩트한 스티어링 휠이 주는 조향의 즐거움까지 이어지니 미워할 수가 없게 된다. 참고로 조향의 무게감이나 기본적인 감성은 3008 GT과 유사하나 긴 휠베이스로 후륜의 추종성이 살짝 낮아지고, 대신 조향 반응에 있어 조금 더 안정적인 느낌이 살아나며 ‘혼자’는 물론이고 ‘여럿이 즐기기도 좋은’ 존재임을 증명한다.
푸조 3008 GT 대비 움직임이 안정적으로 변했다고는 하지만 푸조 특유의 ‘즐거운 드라이빙’은 확실하다. 3008 GT에 비해 반 템포 정도 늦는 편이지만 코너를 앞두고 따라 무게 중심을 매끄럽게 넘기면서 코너를 파고드는 푸조 고유의 맛은 제대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덕분에 푸조 5008 GT와 함께 해안도로를 굽이쳐 달리는 그 순간은 무척 즐거웠고, 또 때때로 만나게 되는 과속 방지턱을 앞두고의 제동, 그리고 요철을 넘어가는 순간에 느껴지는 만족스러운 제동 성능과 노면에서 올라오는 충격을 다듬어 주는 완숙미 넘치는 서스펜션의 셋업 또한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효율성이다. 푸조 5008 GT와 기분 좋게 달리고, 또 달리더라도 공인 연비 이하로 낮아지지 않는 그 평균 연비, 그리고 되려 리터 당 20km를 웃도는 그 결과는 반납을 앞둔 마음을 보다 가볍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다.
좋은점: 여유를 더했음에도 느껴지는 푸조의 경쾌함
아쉬운점: 다소 아쉬운 3열 공간의 여유
제주도를 즐기기 좋은 SUV, 5008 GT
푸조의 차량들을 제주도에서 탈 때마다 참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하는데, 돌이켜 보면 모두 컴팩트한 차량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늘 혼자, 혹은 두 명 정도로 다녔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가족과 함께 한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져야 할 것이다.그런 사람들을 위한 선택지가 바로 푸조 5008, 그리고 5008 GT가 아닐까?
제주도에서 아마 완벽하진 않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은 매력을 과시하느 게 바로 푸조의 7인승 SUV, 5008 GT이라 생각한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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