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로 유지 보조장치 시속 150㎞에도 가동
제네시스 EQ900의 부분변경 모델인 G90에선 EQ900에서 넘치던 ‘아재’ 느낌은 찾아볼 수 없다. 대형 세단인 EQ900에선 운전기사를 따로 두고 뒷좌석에 타야만 할 것 같은 중후함이 부각돼 40대 이상에선 인기를 끌었지만 20, 30대가 타기엔 부담스러운 모델이었다. G90에선 차 전면부에 방패 모양을 본뜬 대형 크레스트 그릴이 장착, EQ900의 단조로운 수평형 그릴보다 세련미가 더해졌고 그릴 양 옆엔 네 개의 램프로 이뤄진 쿼드 램프가 달려 스포티 한 눈매를 살렸다. 최근 G90(5.0 프레스티지)을 시승해봤다.
G90과 EQ900 간 공통점은 다른 어떤 차들보다 차 내부에 ‘상석’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여기서 상석은 운전 보조석의 뒷자리다. G90 내부는 상석을 중심으로 디자인됐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다양한 편의장치가 마련돼 있다. 뒷좌석 팔걸이에 있는 레스트 기능은 오로지 상석에 탄 탑승객을 위한 것이다. 버튼을 누르면 조수석 의자를 앞쪽으로 바짝 붙이고 반으로 접을 수 있다. 앞자리에 탄 것 같은 편안한 전방 시야를 확보하는 건 물론 발을 쭉 뻗을 정도로 넓은 공간을 즐길 수 있다. EQ900에는 없던 쿠션 형 헤드레스트도 장착돼 장시간 운행에도 몸을 넉넉히 쉴 수 있다. 다만 머리가 천장에 닿진 않았지만 높이가 낮아 답답함이 느껴지는 점은 아쉬웠다.
운전자 입장으로 돌아오면 G90은 대형 세단이라는 덩치에 걸맞지 않게 폭발적인 움직임을 보여준다. 운전모드에서 ‘스포츠’를 놓고 가속페달을 밟으면 차가 도로 위를 날아간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가볍게 움직인다. 차체 무게가 2톤에 달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제네시스에 따르면 G90의 엔진 최고출력은 315마력, 최대토크는 40.5㎏ㆍm을 발휘한다. 가속때 엔진음이 들리는 점은 단점이다. 바닥에서 엔진 진동이 느껴진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 노면 소음이나 풍절음은 거의 없다. G90엔 센서로 소음을 감지해 상쇄하는 음파를 스피커로 내보내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 기술이 탑재했다.
G90에서 눈에 띄는 건 모든 트림에 기본 적용된 주행보조 시스템인 ‘차로 유지 보조(LFA)’ 장치다. LFA는 시속 150㎞까지 적용 가능해, 시속 60㎞ 정도에서 쓸 수 있는 ‘차선 이탈방지 보조(LKA)’보다 한 단계 높은 기능이다. 고속도로 급선회 구간에 들어서자 운전대가 저절로 움직이며 차선을 따라갔다. 마치 운전대가 밧줄로 동여매듯 단단하게 고정돼 손으로 핸들을 돌려보려 해도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차 시스템이 운전자로부터 갑자기 주행 통제권을 빼앗아 가는 바람에 머리칼이 곤두설 정도로 놀랐지만, 사고 위험성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G90 판매가격은 7,706만~1억1,878만원이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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