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에 장관 특혜 자인한 꼴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년 부처 예산과 지역구(전남 담양ㆍ함평ㆍ영광ㆍ장성군) 예산을 모두 증액했다고 자화자찬 보도자료를 내 눈총을 받고 있다. 장관으로 행정부에 속하면서 의원으로 행정부를 감시ㆍ견제하는 역할까지 하는 것은 선수와 심판을 함께 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 의원실은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 의원의) 지역 사업 중 내년 예산에 신규 편성되거나 증액된 ‘순수증액’ 사업이 총 13건, 197억5,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보도자료는 이어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각 의원이 평균적으로 2,3건 정도 증액 성과를 거두면 대성공이라는 분위기를 고려하면 이번 성과는 ‘예산 대박’이자, ‘예산은 역시 이개호’라는 세간의 평가가 무색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자평했다.
의원실은 해당 지역구 사업 내역도 소상히 밝혔다. 담양군은 국립한국정원연구원 조성사업 타당성 연구용역비(2억원)이 신규 반영됐고, 영광군은 e-모빌리티 엑스포 개최사업 등 관련사업 4건(33억원)과 군남보건지소 신축사업(5억5,000만원) 등이 새로 편성됐다. 함평군도 국도 24호선 함평~해보 국도시설개량(50억원 증액), 23호선 나주 동강~함평 학교 국도시설개량(10억원), 영산강 농업개발사업(90억원) 등 굵직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증액됐다. 이 의원은 나아가 “장관과 국회의원을 겸직하면서 두 배의 책임감과 기대를 받고 있는 만큼 예산 확보 및 사업 발굴에 더 노력할 것을 약속 드린다”고 강조했다.
현행 국회법 제29조1항은 ‘의원은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장관) 직 이외의 다른 직을 겸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역 의원은 장관을 겸직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장관으로서 정부 예산안을 국회와 협의해야 하는 당사자가 지역구 예산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모양새가 어색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획재정부 예산실 관계자도 “국무위원인 현역의원은 예산 심의 과정에서 정부 예산안을 대변하는 입장을 주로 수행하고, 본회의 표결에만 참석하는 게 관례”라고 설명했다. 김태일 고려대 교수(좋은예산센터 소장)는 “공평무사해야 할 부처 장관이 특정 지역구에 특혜를 줬다고 인정한 꼴”이라고 꼬집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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