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박병대ㆍ고영한도… 굵직한 재판마다 직권남용 범위 공방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박병대ㆍ고영한도… 굵직한 재판마다 직권남용 범위 공방

입력
2018.12.11 04:40
8면
0 0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박병대(왼쪽), 고영한 전 대법관이 7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박병대(왼쪽), 고영한 전 대법관이 7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박병대ㆍ고영한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 기각 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의 법리를 둘러싼 공방이 재연되고 있다. 직권남용은 범죄 성립과 입증이 까다로워 국정농단 사건이나 이명박 전 대통령 사건 등에서도 검찰의 법 적용과 이에 대한 법원 판단이 논란이 됐었다.

10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지난 6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박 전 대법관은 “실무진들에게 ‘챙겨보라’고 한 것뿐인데, 하급자들이 무리해서 위법한 행위를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면서 “공모관계 성립에 의문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를 단 것은 이 같은 박 전 대법관 주장을 받아들였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차기 대법원장 0순위’로 꼽히며 사법부 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박 전 대법관 지위나 법원행정처 특유의 상명하복 문화를 고려할 때, 공모관계의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직 대법관이자 유력한 차기 대법원장 후보가 특정 사안에 대해 “챙겨보라”고 말한 것은 어떻게든 성사시키라는 의미로 읽히기에 충분하다는 얘기다.

실제 대법원은 외환위기 축소 보고 등을 이유로 기소된 강경식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1997년 3~11월 재임)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바 있다. 강 전 부총리는 97년 11월 재정경제원 금융정책실장으로부터 “진도그룹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부탁이 들어 왔다”는 보고를 받고 “챙겨봐 달라”고 지시했는데, 이를 직권남용이라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전후 사정을 보면, ’챙겨봐 달라’는 말은 안 되는 것을 되게끔 해달라는 의미”라고 판단했다.

다만 이 판결은 법원 내부에서도 평가가 엇갈렸다. 이민걸 전 기획조정실장은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있던 2005년 9월 “시대적 상황을 고려해 처벌의 필요성을 강조한 나머지 직권남용죄의 ‘일반적 직무권한’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해석했다”며 논문을 통해 이례적으로 판례를 비판했다 이 전 실장은 사법농단 사건의 핵심 연루자 가운데 한 명이다.

사법농단 사건의 법정 공방을 앞두고 직권남용죄를 엄격하게 판단하는 법원 판결이 최근 이어지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직권남용 사건의 1심 재판부는 지난 7일 일부 유죄를 선고하면서도 “하급자의 직무수행이 위법하다는 이유만으로 상급자 지시가 모두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사건 재판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심의관을 지내며 이른바 ‘블랙리스트’ 문건 작성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앞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10월 1심 판결에서 김재수 변호사를 LA 총영사에 앉혀 다스 미국 소송을 지원케 한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 받았다. 이 같은 지시가 외형상 대통령의 직무권한에 해당하지 않아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도 각각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 받았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