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과 STX조선해양 구조조정 과정에서 5,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본 산업은행에 내년 5,000억원을 추가로 지원하는 정부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부의 신규 자금 출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산업은행의 자본적정성(국제결제은행 BIS비율)이 기준선인 15%를 밑돌아 손실을 감당할 여력이 쪼그라들 수 있다는 산은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10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위는 내년 산은에 5,000억원을 신규 출자한다. 이는 산은이 한국GM과 STX조선에 대한 금융지원으로 5,460억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산은은 연초 한국GM의 정상화를 돕기 위해 8,09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고 STX조선에 대해선 5,671억원의 선수금환급보증(RG)서를 끊어주기로 했다. 산은은 한국GM 출자 과정에서 3,618억원, STX조선에 대한 RG 발급으로 1,842억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같은 손실액이 산은 장부에 반영되면 산은의 BIS 비율은 0.37%포인트 하락하고, 2017년말 15.26%인 산은의 BIS 비율도 14.89%로 기준선인 15%를 밑돌게 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경제위기 발생 시 충분한 손실흡수능력 확보와 금융위기 대비를 위해 15% 이상의 BIS비율을 권고하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는 차원에서 산은이 손실 본 금액만큼(5,000억원) 신규 출자를 결정하기로 한 셈이다.
다만 올해 6월말 기준으론 산은의 BIS 비율이 15.45%다. BIS 비율 하락분 0.37%포인트를 반영해도 BIS 비율은 15.08%로 15%를 웃돈다. 그럼에도 국회는 산은의 기업 정상화 지원을 명분으로 이번 예산안을 최종 통과시켰다. 산은이 대우조선, STX조선, 현대상선, 한진중공업, 동부제철 등 주요기업에 대준 신규 자금은 10조3,654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산은이 장부상 손실로 인식한 금액은 7조7,000억원이다.
한편 정부는 중소기업은행에도 2,000억원을 신규 출자하기로 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저리로 사업자금을 빌려주란 취지에서다. 하지만 기은이 일반 시중은행과 마찬가지로 각종 사업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만큼 굳이 정부 예산을 투입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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