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풀(Car Poolㆍ승차 공유) 서비스 도입에 불만을 품은 택시기사가 자신이 운행하는 택시에서 분신한 뒤 숨졌다. 택시업계는 강경투쟁을 예고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10일 오후 2시쯤 영등포구 국회 인근에서 택시기사 최모(57)씨가 법인 택시 운전석에서 분신해 중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조수석에 시너를 채운 통을 실은 채 오후 1시59분 국회 정문 앞에 나타났다. 조수석에 수상한 물건이 있는 것을 본 경찰관이 최씨 택시를 세우고 검문하려 하자, 최씨는 달아났다. 이후 최씨는 국회에서 500m가량 떨어진 사거리까지 이동한 뒤 자신의 몸에 시너를 뿌리고 불을 붙였다. 이때 차량 내부가 연기로 휩싸였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경찰은 즉시 택시 유리를 깨고 소화기로 불을 끈 뒤 최씨를 꺼내 병원으로 옮겼다. 택시 안에는 최씨 혼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17일 출시 예정인 카카오톡 카풀 서비스에 항의하는 뜻으로 분신했다. 최씨는 “국회가 나서 불법 카풀 서비스를 중단해달라”는 취지의 3장짜리 유서를 남겼다. 최씨가 다닌 택시회사 노조 관계자는 “최씨가 국회 인근에서 노조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분신이라도 해야지, 이러다 택시 다 죽는 거 아니냐’면서 카풀 문제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노조 지인들은 최씨가 영등포에 있는 전국택시노동조합총연맹(택시노조) 서울지역본부 사무실에 항의하러 가는 정도로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사고 뒤 강신표 택시노조 위원장은 “택시업계는 더욱 죽기살기로 투쟁할 것”이라며 “20일 3차 집회는 기존보다 과격한 방식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택시업계는 카풀 서비스에 반발하며 10월 18일 파업(1차)을 하고, 지난달 22일 대규모 집회(2차)를 한 바 있다. 이들은 △카풀 서비스 도입 근거 규정을 없애고 △카풀 시간을 출퇴근 시 2시간으로 한정하라고 국회에 관련 법 개정을 요구해왔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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