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 혐의로 KBO리그에서 영구 실격을 당한 이태양(25) 전 NC 투수와 문우람(26) 전 넥센 외야수가 다른 선수들의 승부조작 가능성을 주장하며 실명을 공개해 파문이 커지고 있다.
이태양과 문우람은 1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태양에게 승부 조작을 제의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문우람의 결백을 호소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다른 선수들에 대한 폭로가 이어지며 야구계가 발칵 뒤집혔다. 이태양은 "브로커 조모씨가 선수들의 동영상까지 보여주며 '이 선수들이 이렇게 해도 걸리지 않는다'고 안심시켰다"면서 “왜 언급된 다른 선수들은 조사를 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며 억울함을 표시했다. 이들이 언급한 선수는 정대현(27), 문성현(27ㆍ이상 넥센), 이재학(28ㆍNC), 김수완(29ㆍ전 두산), 김택형(22ㆍSK), 정우람(33ㆍ한화)이다. 이태양은 “당시 브로커가 자신에게 ‘이런 애들도 다 한다. A는 자기가 토토를 해서 직접 베팅을 하고, B는 1번 타자한테 홈런 맞고 그냥 거기서 돈 받아갔다. 간단하다. C는 원바운드로 던지고 땅바닥에 던져도 아무 의심을 안 받지 않느냐’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명이 거론된 선수들과 소속 구단은 사실이 아니라며 펄쩍 뛰었다. 정우람은 한화 구단을 통해 “불법시설 운영자 및 브로커 등과 일절 연관성이 없다”며 강력하게 부인하면서 “사실과 다른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다른 선수들의 소속팀들도 “혐의 없음으로 종결된 사안인데 다시 이름이 언급돼 당혹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브로커가 이태양을 승부 조작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근거 없이 꺼낸 말인지 아니면 실제로도 승부 조작이 있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KBO는 하필이면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열리는 프로야구 잔칫날 이런 폭로가 이뤄져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정금조 KBO 사무차장은 “실명이 거론된 이상 해당 구단을 통한 확인 절차는 들어갔다. 경우에 따라 수사 의뢰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태양과 문우람은 2016년 프로야구를 강타한 승부 조작 사건의 중심에 있었다. 이태양은 승부 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유죄 판결이 확정돼 KBO로부터 영구제명 처분을 받았다. 당시 상무 소속으로 군인 신분이었던 문우람은 이태양에게 승부 조작을 제의한 혐의로 군사법원 1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 받고 역시 KBO리그에서 영구 실격됐다. 문우람은 전역 후 항소했으나 2심에서 기각됐고 대법원도 심리 불속행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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