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불확실성 장기화 원치 않아
한국거래소가 10일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를 열고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상장폐지 여부를 본격 논의하기 시작했다.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삼성바이오 건을 심의하기 위한 기심위 첫 회의가 열렸다”며 “기심위가 공정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거래소 입장에서는 삼성바이오 문제로 인한 시장의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라며 “결과가 나오는 대로 공시를 통해 신속하게 안내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14일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삼성바이오에 대해 고의 분식 회계 결론을 내리고 검찰에 고발했다. 당시 회계처리기준 위반 금액(4조5,000억원)이 삼성바이오 자기자본(3조8,000억원)의 2.5%를 넘은 것으로 확정되면서 한국거래소도 지난달 30일 삼성바이오를 기심위 심의 대상으로 결정했다.
이날 오후 2시 첫 회의를 시작한 기심위는 법률ㆍ회계업계ㆍ학계ㆍ증권시장 등 외부 전문가 15인으로 구성된 위원단 중 6명, 한국거래소 시장담당 상무 등 총 7명으로 구성된다. 심사 공정성을 위해 위원 명단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 기심위는 삼성바이오의 계속성과 경영의 투명성, 공익 실현, 투자자 보호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회의를 거쳐 상장 유지나 상장 폐지, 1년 이내의 개선기간 부여 등을 결정한다.
거래소는 내년에도 코스닥 시장 활성화 정책을 이어갈 방침이다. 바이오와 4차산업 등 업종별로 세부 심사 가이드를 마련하고 관리종목이나 상장폐지 관련 재무 요건도 업종별로 차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투자자 보호 사유가 발생할만한 중요 정보가 공시됐을 때 30분간 거래를 정지하는 매매정지제도는 정지 기간을 단축하거나 사안별로는 단일가 매매를 적용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파생상품 시장에서는 코스피 200 위클리 옵션을 도입해 시장 활성화에 나설 계획이다. 정 이사장은 주 52시간 근무제와 맞물려 업계에서 제기되는 거래시간 단축 문제에 대해서는 “매매거래시간 단축은 업계 근로자 뿐 아니라 사용자, 일반 투자자, 상장기업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고려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며 “52시간 근무제 적용과 관련해서는 종가정보 제공시간을 앞당기거나 시가 단일가 매매(주식시장 개장 전) 시간을 줄이는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기심위는 통상 한 차례 열리곤 했지만 이번 회의는 길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바이오의 상장 유지 여부에 대해 각 업권별 시각이 다른데다 시가총액이 22조원이나 되는 대형사의 생사를 결정하는 만큼 위원들도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첫 회의는 쟁점 사항을 정리하고 위원회 내부 의견을 수렴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심의 대상 선정 이후 20영업일로 정해진 심의 기간을 고려할 때 추가 회의를 열 만한 물리적 시간은 있다. 정 이사장은 “위원들의 일정 문제로 이날 첫 회의를 열었지만 결정을 서두르려는 것은 아니다”며 “기심위 위원들의 판단에 따라 바로 결과가 나올 수도 있지만 추가 회의를 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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