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명시적으로 연동형 반대 고수
한국당은 “원내대표 선출 뒤에”
야3당도 새 원내대표와 협상 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정기국회 회기 중 최대 난제인 내년도 예산안을 8일 새벽 처리했지만 연말 국회는 암운이 짙게 드리웠다. 선거제 개혁과 예산안 연계처리를 거대 양당이 물리치자 강력 반발하며 농성 중인 바른미래당ㆍ민주평화당ㆍ정의당과의 간극이 좁혀질 기미가 없어 당분간 냉각기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9일 본보 통화에서 “손학규 당대표가 나흘째 단식하는 상황에서 합의문 초안보다 더 후퇴한 안을 우리가 먼저 다시 낼 수는 없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여야 3당 원내대표가 마지막 본회의가 열린 7일 선거제 개혁을 예산안 처리 직전까지 논의하는 과정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원칙’에서 ‘공감하는’ 수준으로 합의문 초안 문구가 보다 느슨하게 조정되기도 했지만 결국 협상은 결렬됐다. 한국당이 도시는 중선거구, 농어촌은 현행 소선거구제로 하는 도농복합 선거구제를 주장하고, 민주당은 한국당 안에 반대하면서 야 3당의 완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도 곤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런 답보 상황에서 손학규 대표는 이날 “(주말에 선거제 논의가) 진전된 게 없다”며 “의회 권력 강화를 위한 선거제 개편이 확실히 될 수 있는 상황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분명히 했다. 정동영 평화당 대표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장외투쟁을 벌였다. 정 대표는 “쓰레기 종량제보다 훨씬 쉬운 게 선거제도 개혁이다. 더불어한국당의 기득권만 포기시키면 이룰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권당으로서 꼬인 정국을 푸는 데 앞장서야 할 민주당은 야 3당의 농성을 의식하며 깊은 고민에 빠져들고 있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야 3당이 주장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독일식 정당명부제로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토론 중인 세 가지 안에도 들어있진 않다”면서 “야 3당이 정략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실질적으로 우리 실정에 맞게 선거제를 어떻게 도입할지 논의를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연장되기 전이라도 계속 이어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분간 선거제 개혁 관련 논의가 진전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다. 민주당이 명시적 비례대표제 반대 뜻을 고수하고 있고 한국당은 11일 치를 차기 원내대표 선출을 앞두고 중요 현안을 사실상 뒤로 미룬 상태다. 야 3당도 차기 원내사령탑이 새로 뽑혀야 협상 테이블이 다시 마련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손학규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당내 과제가 끝나고 난 다음에 정리해보겠다”고 말했다.
이런저런 거대 양당의 셈법과 각당 상황으로 선거제 개혁 합의는 물론 다른 산적한 현안들도 꽉 막혀있다. 사립유치원 회계 투명성 확보와 관련해 무산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ㆍ사립학교법ㆍ학교급식법)과 김상환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남북정상회담 관련 합의서 국회 비준 동의안 처리, 공공기관 채용비리 국정조사 계획서 등 현안 처리를 위한 임시국회 개회 여부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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