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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여친이 스스로 찍어 보낸 나체 사진을 유포하면 처벌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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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여친이 스스로 찍어 보낸 나체 사진을 유포하면 처벌될까

입력
2018.12.09 19:00
수정
2018.12.09 19:19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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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여성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자기 사진을 발견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 헤어진 남자친구 B씨가 올린 A씨 나체사진이었다. A씨는 B씨와 사귀는 동안 스스로 찍은 사진들을 보낸 적이 있는데, B씨는 이를 보관했다가 A씨와 헤어진 후 이 사진들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했다. 이에 A씨는 B씨를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고소했다.

헤어진 애인의 불법 촬영물을 퍼뜨리는 ‘비동의 음란물 유포’(일명 리벤지 포르노) 사건 대부분은 유포자 본인이 찍은 동영상 또는 사진이다. 그런데 피해자가 찍어 보낸 사진이 유포된다면 이 역시 처벌할 수 있을까. 법 조항이 이 부분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아, 불법성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부장 이수영)는 최근 B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스스로 촬영한 사진을 공소사실에서 삭제하겠다”는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허가한 뒤, B씨가 촬영한 나머지 사진만으로 유죄를 선고했다.

A씨가 찍어 B씨가 유포한 사진이 범죄사실에서 빠진 이유는 법 조항의 한계 때문이다. 성폭력처벌법 14조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경우만 처벌대상을 한정한다. 피해자가 찍은 촬영물을 헤어진 뒤 유포하면 성폭력처벌법(3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없고, 형량이 낮은 음화반포죄(1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 등으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 같은 한계로 음란물 유포가 단죄를 받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법원은 3월 휴대폰 채팅프로그램을 통해 여성으로 행세하며 다른 여성의 음란행위를 유도한 뒤 화면을 캡처한 남성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성폭력처벌법 14조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직접’ 촬영하는 경우로 처벌대상을 한정하고 있다”며 “(피해자) 자의에 따라 스스로 자신의 신체를 촬영한 촬영물까지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상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대법원 판결을 따라야만 했던 A씨 사건 2심 재판부는 고심 끝에 검찰의 공소장 변경을 허가한 뒤 다른 공소사실만으로 원심과 같은 형량을 선고하기로 했다. 만약 ‘입법 구멍’이 없었다면 원심보다 더 센 형량이 선고됐을 가능성이 컸음에도, 법의 부재 때문에 비교적 약한 형량이 선고된 셈이다. 2심 재판부는 “우발적인 행동이었다”는 B씨 주장을 “피해 정도가 중하고 회복도 사실상 불가능해 그러한 동기를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할 수는 없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지난달 29일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경우’를 처벌대상으로 넓힌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됐고, 이 개정법이 공포될 경우 피해자 스스로 촬영한 사진이나 영상을 멋대로 유포한 행위도 처벌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영상을 재생한 화면을 재촬영할 경우에도 처벌이 불가능했지만 역시 개정안에 따라 처벌할 수 있게 됐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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