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챙기겠다” 투자협상단장으로 나서
이용섭 광주시장이 무산 위기에 빠진 광주형 일자리 사업의 구원투수를 자처하고 나섰다. 광주형 일자리 모델인 현대자동차 위탁조립공장(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광주시 투자유치추진단장을 맡아 협상까지 완전하게 마무리 짓겠다는 복안이다.
이 시장은 9일 광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수적천석(水適穿石ㆍ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의 심정으로 광주형 일자리 성공을 위해 혼신을 다하겠다”며 “시장인 제가 직접 현대차와의 투자 협상 전면에 나서 협약 체결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이어 “현대차와 노동계 사이의 입장 차이를 조정하고 합의하는 과정에 일부 혼선과 오해가 있었고, 이병훈 문화경제부시장을 단장으로 하는 투자협상팀이 이를 슬기롭게 해결하지 못했다”며 “기존 광주시 투자협상팀의 구성과 기능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이에 따라 당장 꽉 막힌 투자 협상의 숨통을 트기 위해 협상 당사자간 신뢰를 회복하고 최적의 투자환경을 조성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 시장은 잠정 합의안 중 ‘상생협의회 결정사항의 유효기간을 생산 목표 대수 35만대 달성 시까지로 한다’는 규정에 대한 노사민정협의회의 대안(수정안)이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데도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한 건 협상 당사자간 신뢰가 깨졌기 때문으로 판단하고 있다. 앞서 현대차는 노동계로부터 협상 전권을 위임 받은 광주시가 협의 내용을 또다시 수정, 후퇴시키고 수없이 입장을 번복한 데 대해 불만을 표출하면서 “시가 향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 투자협의가 원만히 진행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 시장이 뒤늦게 투자유치추진단장을 자임하고 나섰지만 이미 현대차와 지역 노동계 양측으로부터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이들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시장이 구체적인 협상 재개 시점 등에 대해 말을 아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간 수 차례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는 투자협약 조인식을 준비했다가 번번이 무산되면서 광주시 스스로 불신만 키웠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이다.
이와 관련, 시청 안팎에선 이 시장이 청와대와 정치권의 질책을 받고 뒤늦게 투자 협상 전면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이 시장은 이날 “온 국민의 뜨거운 성원에도 불구하고 광주형 일자리 사업을 성공시키지 못해 죄송하고, 전폭적으로 지원해준 문 대통령과 정치권에도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광주=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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