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 불법사찰 지시 혐의로 수사를 받다 투신해 숨진 이재수(60) 전 국군기무사령관은 유서에서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아왔다”며 “내가 모든 것을 안고 가는 것으로 하고 모두에게 관대한 처분을 바란다”는 취지의 글을 남겼다. 검찰 수사에 대한 억울함과 구속된 부하 직원들에 대한 관용을 호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사령관 측 임천영 변호사가 8일 공개한 유서에서 이 전 사령관은 “세월호 사고 시 기무사와 기무부대원들은 정말 헌신적으로 최선을 다했다”며 “5년이 다 돼가는 지금 그 때의 일을 사찰로 단죄한다니 정말 안타깝다”는 심경을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았지만 전역 이후 복잡한 정치상황과 얽혀 제대로 되는 일을 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A4용지 두 장 분량의 유서는 이 전 사령관 친필로 작성됐으며 “고인도 유서 공개를 원할 것”이라는 유족 측 의견에 따라 공개됐다.
이 전 사령관은 수사기관을 향해 “검찰 측에게도 미안하며 내가 모든 것을 안고 가는 것으로 하고 모두에게 관대한 처분을 바란다”며 “군 검찰 및 재판부에 간곡하게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세월호 유가족 사찰(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받는 이 전 사령관과 김모 전 참모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지난 3일 법원에서 기각됐으나 같은 사건에 연루된 소강원 전 610부대장 등 현역 군인 3명은 군 특별수사단에 의해 구속기소된 상태다.
한편 이날 고인 빈소가 마련된 서울삼성병원 장례식장을 찾은 야권 인사들은 과도한 적폐몰이 수사를 비판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적폐라는 이름의 수사 중에 작고하셔서 안타깝다”며 “표적수사나 과잉수사, 별건수사는 다들 잘못된 거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8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회를 하면서 알게 된 이재수 장군은 반듯한 분이었다”며 “문재인 정권이 더 이상 과도하게 정치적으로 검찰을 악용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전직 국방부 장관들의 조문도 이어졌다. 이 전 사령관 직속 상관이기도 했던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은 9일 빈소를 찾아 “이 장군은 명예를 중요시하는 사람이자 소신이 확실한 군인으로 저와 오랫동안 고락을 함께 해온 사람이 슬픈 일을 당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고 앞서 8일에 조문한 김관진 전 장관은 “훌륭했던 사람이었고 참군인이었다”고 말했다. 각각 계엄 문건과 군 사이버사 댓글 사건에 연루돼 수사를 받았던 이들은 ‘적폐 수사’ 관련 질문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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