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2017~18년 테러 발생 분석 결과
영토 잃은 IS 영향력 축소로
전 세계 폭탄테러 감소 추세
올해 100명 이상 사상자 32건
건수ㆍ인명피해 두자릿수 감소
서구권 폭탄테러 20건→7건
인도 북서부 지역 폭탄테러와
북미ㆍ유럽 극우 테러는 증가
유럽의 테러가 현저히 줄었다. 서구가 테러에 강력 대응하는 반면, 이에 맞서 존재감을 과시해온 테러의 주범 이슬람국가(IS)의 힘이 빠진 결과다. 선량한 시민을 공포에 몰아넣는 테러의 위협은 여전하지만 양상이 점차 바뀌고 있다.
본보가 9일 2017~2018년 2년 간 로이터와 중동 매체인 알자지라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해 100명 이상 사상자를 낸 테러사건을 분석한 결과, 올해는 11월 기준으로 32건의 테러가 발생해 5,405명이 피해를 입었다. 지난해 38건의 테러로 8,458명이 죽거나 다친 것과 단순 비교하면 발생 건수는 15% 줄어든 데 비해 인명피해는 36%가량 크게 감소했다.
특히 순식간에 막대한 인명을 앗아가는 폭탄 테러로 범위를 좁히면 유럽의 기세가 확연히 꺾였다. 유럽의 테러 사망자 수는 2016년 168명에서 2017년 81명, 올해 11월까지 8명으로 집계됐다. 2017년 5월 영국 맨체스터 아레나 테러와 8월 스페인 바르셀로나 일대 차량ㆍ폭탄 테러가 여전히 뇌리에 남아있지만 올해 들어서는 대형 사건이 없었다. 서구권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 전체 횟수도 지난해 20건에서 올해 7건으로 줄었다.
이는 IS가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영토를 잃은 이후,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서구를 타깃으로 테러 시도를 강화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다른 결과다. 올해 초만 해도 전문가들은 옛 IS 조직원들이 대거 본국으로 귀환하고 극단주의 이념을 전파하면서 서구에서 ‘외로운 늑대(단독범)’를 비롯해 더 많은 테러를 감행할 것으로 점쳤다. 한때 제조가 용이한 급조 폭발물(IED)이나 자살 폭탄 테러가 서구에서 ‘공포의 확산’을 도모한 IS와 동조자들의 테러 수법으로 각광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기대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한 셈이다. 스티브 킬렐리아 경제평화연구소(IEP) 대표는 “IS가 영토를 잃으면서 그들의 주장도 함께 매력을 잃은 것”이라며 “폭탄 테러와 같은 대형 공격을 뒷받침할 자원을 상실했고, 서구의 대테러 대응 전술이 발전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전 세계 테러 사건을 추적해온 미 메릴랜드대 테러데이터베이스(GTD)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테러 사망자 수는 2만6,502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인 2016년 대비 24% 줄어든 수치다. 2011년 ‘아랍의 봄’이 중동ㆍ북아프리카에 촉발한 내전을 계기로 테러 희생자 수가 계속 늘어 2014년 4만3,566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줄곧 감소하고 있다.
그렇다고 IS가 뒷방 늙은이로 밀려난 것은 아니다. 올해 가장 많은 폭탄 테러를 자행한 건 여전히 IS였다. 다만 테러대상 지역이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시리아 등 중동 지역에 집중됐다. 아프간 탈레반과 소말리아의 알샤바브, 나이지리아의 보코하람, 시리아의 하이야트 타흐리르 알샴(HTS) 등도 자국 내 테러 공격에 치중했다. 이들은 반정부 무장단체로, 정부의 정당성을 훼손하기 위해 불특정 다수를 노려 테러를 저지른다는 공통점이 있다.
테러 활동이 눈에 띄게 급증한 지역도 있다. 인도 북서부 잠무ㆍ카슈미르 지역은 폭탄 테러가 지난해 25건에서 올해 89건으로 세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인도 정부의 억압 속에 이념이 다른 반군 무장단체 간 충돌마저 빈발하면서 민간인 희생도 늘고 있다. 이와 함께 북미와 유럽에서는 극우 테러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올해 10월 미국에선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자유주의 유력 인사를 겨냥한 ‘폭발물 소포’ 발송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줬다. IEP는 “전세계 테러가 감소 추세이지만 새로운 위협도 계속 나타나고 있다”며 “테러 유행이 단기간에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슬아 인턴기자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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