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얼굴에 상처를 입어 흉터가 생긴 남성에게 상이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 남성이 복무하던 시점에는 얼굴에 상처를 입은 여군만 연금을 지급 받을 수 있었지만, 법원은 이 규정이 남녀차별이라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 조미연)는 전직 군인 김모씨가 국방부를 상대로 “상이연금 지급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9일 밝혔다.
김씨는 1989년 무장구보를 하다 3m 아래로 구르며 얼굴에 상처가 났다. 그는 95년 대위로 전역했지만, ‘외모에 뚜렷한 흉터가 남은 여자’만 상이등급 7급으로 인정하는 군인연금법에 따라 연금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군인연금법 해당 조항이 2006년 ‘외모에 뚜렷한 흉터가 남은 사람’으로 개정되면서 남자도 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김씨는 2012년 군 병원에서 ‘상이등급 7급’ 판정을 받았고, 지난해 상이연금을 신청했다. 그럼에도 국방부는 “퇴직 당시인 95년 법에 의하면 흉터가 남은 남자는 연금 대상이 아니다”며 받아들이지 않자 김씨는 소송을 냈다.
법원은 김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군인이 공무상 질병ㆍ부상으로 장애 상태에 이르렀다면, 성별에 따라 상이연금의 수급 여부를 다르게 봐야 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외모에 흉터 있는 여자가 남자보다 정상적 생활을 하기 어렵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다”며 “흉터가 있는 당사자가 입는 정신적 고통은 성별과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여성 흉터만 인정했던 당시 상이등급이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도 봤다. 재판부는 “흉터라는 장애가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법 개정 이전과 이후에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며 “흉터가 법 개정 이전 또는 이후에 발생했는지에 따라 연금 지급 여부를 다르게 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밝혔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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