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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세 인상 철회에도 반마크롱 ‘노란 조끼’ 시위 4주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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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세 인상 철회에도 반마크롱 ‘노란 조끼’ 시위 4주째 계속

입력
2018.12.08 20:48
수정
2018.12.08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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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700여명 체포ㆍ엄중 검문 초강경 대응

노란 조끼 시위대가 8일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를 메우고 있다. 개선문이 있는 에투알 광장에는 경찰차가 배치돼 출입을 봉쇄했다. 파리=로이터 연합뉴스
노란 조끼 시위대가 8일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를 메우고 있다. 개선문이 있는 에투알 광장에는 경찰차가 배치돼 출입을 봉쇄했다. 파리=로이터 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유류세 인상을 계기로 시작된 ‘노란 조끼(Gilets Jaunes)’ 시위대가 유류세 인상 철회 방침에도 불구하고 4주째 시위를 계속했다. 프랑스 내무부는 8일 오후 1시 현재(현지시간) 전국에서 3만1,000명 이상이 집회에 참여했으며 이 가운데 700여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이날 노란 조끼를 입은 시위대는 시위의 중심인 수도 파리 거리의 삼엄한 경계 속에서도 ‘마크롱 퇴진’ 등 구호를 외치며 곳곳에서 진압경찰과 충돌했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에 따르면 샹젤리제 거리에서 집회를 해산시키려는 경찰이 최루가스를 투척했고, 거리 곳곳에서 시위대를 검문해 투척물을 지닌 이는 구금하고 헬멧과 최루가스 대응을 위한 안경 등을 압수했다. 일부 집회 참가자들은 마스크도 빼앗겼다고 주장했다.

AFP통신은 집회가 개최되기도 전에 이미 파리에만 경찰 8,000여명과 장갑차 12대가 투입됐다고 전했다. 오전에만 500여명이 사전 검문으로 체포됐다. 샹젤리제 거리 상점과 에펠탑, 개선문, 루브르 박물관을 비롯한 주요 관광지도 폐쇄됐다. 또 블룸버그통신은 파리 시내 40여개 역이 폐쇄됐다고 전했다.

파리뿐이 아니라 프랑스 정부는 전국적으로 8만9,000여명에 이르는 경찰을 배치하며 시위를 철저 봉쇄할 태세를 보였다. 프랑스 축구리그 ‘리그앙’도 파리 생제르맹과 몽펠리에의 경기 등 6개가 연기됐다. 크리스토프 카스타네르 내무장관은 ‘폭력에 불관용’을 천명하면서 “극히 폭력적인 급진적ㆍ반란 성향 인사들이 준동하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주장했다. 시위 바리케이드를 부수는 장갑차가 대응을 위해 투입된 것은 2005년 파리 근교 이민자 소요 이후 13년만이다.

철저한 봉쇄 전략 속에 카스타네르 장관은 집회 인원 수가 전국적으로 1만명대로 줄어들 것을 예상하며 “1만명은 전체 국민이라 할 수 없다. 프랑스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실제 경찰은 파리 시위 참가자를 1,500여명으로 추산했는데, 경찰과의 충돌을 우려해 여성과 노약자는 거의 참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여론은 여전히 노란 조끼에 우호적이다. 1일 ‘폭력 시위’ 직후 해리스인터랙티브의 긴급 여론조사 결과 72%가 노란 조끼 집회를 지지했다. 반면 6일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공개한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18%로 역대 최저로 떨어졌다. 세계의 이목이 파리로 집중된 가운데 노란 조끼 시위를 제안한 이들 중 한 명인 에릭 드루에는 전략을 바꿔 도시 외곽의 주요 도로를 봉쇄하자며 “부수고 파괴할 것이 없지만 분노를 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8일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노란 조끼를 입은 한 시위 참가자가 프랑스 국기를 흔들고 있다. AP 연합뉴스
8일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노란 조끼를 입은 한 시위 참가자가 프랑스 국기를 흔들고 있다. AP 연합뉴스

◇통일되지 않은 시위대, 광범위한 요구

‘노란 조끼’는 지휘부도 통일된 정치적 입장도 없지만 마크롱 대통령의 중도 신자유주의 성향 정책에 대한 프랑스 민중의 불만이 일시에 폭발한 결과로 해석되고 있다. 프랑스 르몽드지의 팩트체크 코너 ‘데코되르’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집회 참가자들의 요구 가운데 3분의 2 가량은 지난 프랑스 대선에서 급진좌파 후보로 뛰었던 장뤼크 멜랑숑 ‘라 프랑스 앵수미즈(굴하지 않는 프랑스)’ 대표의 공약과 일치한다. 정부의 긴축정책 중단, 최저임금 인상, 급여 상한선 설정, 부유세 강화 등이 여기에 속한다. 멜랑숑 대표는 8일 트위터에 “시위 동력을 상실시키고 억압하려는 전략은 실패로 돌아갔다. 이미 대중 시위는 프랑스 전역에서 강력하다”고 적어 집회를 지지했다.

또 요구 사항의 절반 가량은 대선에서 극우로 분류된 마린 르펜 국민연합 대표의 공약과 조응했다. 민영화된 에너지 산업, 우체국이나 학교 등 지방 인프라의 재국유화 요구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프랑스24가 입수한 집회 참가자들의 ‘25개 요구’ 사진에는 유럽 통합 반대와 이민자 통제 요구도 들어 있다. 또 ‘환경 보호를 위한 규제에 대한 반대’라는 인식을 불식하기 위해 플라스틱 컵 사용 중단과 같은 요구도 포함됐다.

페이스북 영상을 통해 ‘노란 조끼’를 상징물로 하자고 최초로 제안한 인물인 나르본의 기계공 기슬랭 쿠타르는 7일 독일 도이체벨레와의 인터뷰에서 “나르본에만 노란 조끼 집단이 3개 있다. 우리는 일치된 요구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쿠타르는 “시위대가 만족하려면 마크롱 대통령이 보도자료만 내놓을 게 아니라 거리에 나와서 시위대와 마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엘리제궁은 마크롱 대통령이 내주 대국민 연설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마크롱 대통령 자신은 여전히 부유세 감면 등을 철회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도됐다.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는 저소득층 노동자를 위한 신규 정책 입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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