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아 삼성서울병원 교수 인터뷰
치료제 속속 개발… 5년 생존율 65%로 올라
폐동맥고혈압은 인구 10만명 당 10명 정도 발병하는 희귀난치성 질환이다. 비슷한 병이 많아 폐동맥고혈압을 제대로 진단하기 어려워 오진율이 높다. 20년 전만 해도 약이 없어 거의 불치병이었다. 2000년 들어 첫 치료제가 개발된 이래 10가지 이상이 나와 치료성적이 크게 좋아졌다. 하지만 아직도 완치가 어려운 병으로 5년 생존율이 65% 정도로 유방암 3기와 생존율이 비슷하다.
폐동맥고혈압은 치료법이 다른 질환과 전혀 다르고, 약값도 비싸 정확한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따라 세계폐고혈압학회는 ‘심장초음파검사 등 1차 검사는 일반 심장내과에서 시행하더라도 최종 확진은 전문센터에서 받아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폐동맥고혈압 전문의’ 장성아(41) 삼성서울병원 폐고혈압클리닉 순환기내과 교수를 만났다.
-폐동맥고혈압이 일반인에게 낯선 병인데.
“폐동맥고혈압은 폐동맥 압력이 평균 25㎜Hg를 넘어설 때를 말한다. 폐동맥 벽이 두꺼워지면서 폐동맥 내에서 피가 제대로 돌지 않아서다. 폐동맥고혈압이 악화하면 심장 우심실 기능이 망가지게 된다. 10만명 당 30명 정도로 환자가 생긴다. 국내 환자가 1,000명 정도로 추정된다. 원인이 불명확한 특발성(idiopathic) 폐동맥고혈압이 전체 환자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루푸스(홍반성 낭창) 환자에서 생기는 폐동맥고혈압도 역시 3분의 1 정도된다.
페동맥고혈압 발병 원인은 다양하다. 평균 30대 중반 젊은 여성에게서 특발성 폐동맥고혈압이 많이 나타나 여성호르몬 때문이 아니냐는 추정이 있다. 가족력(family history)으로 인한 폐동맥고혈압은 BMPRII라는 유전자 변이가 원인으로 꼽힌다. 또한 △루푸스ㆍ혼합결합조직병ㆍ전신경화증 등 결체조직질환(조직 사이를 결합해 기관을 형성하는 조직에 생기는 병) △간문맥고혈압ㆍ간경화 △좌우 단락이 있는 선천성 심장질환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만성 용혈성 빈혈 등과 같은 기저(基底)질환이 있으면 폐동맥고혈압 발병 가능성이 높아진다.”
-희귀 질환인데 어떻게 진단하나.
“호흡곤란이 폐동맥고혈압의 가장 흔한 증상이다. 가슴통증, 무기력감, 다리부종, 복수(腹水) 등이 생기기도 한다. 이 병이 의심되면 먼저 심장초음파검사를 시행한다. 이 검사에서 폐동맥 압력이 높으면 2차 검사를 한다. 그러나 심장초음파검사에서 폐동맥고혈압이 의심돼도 최종 진단되는 환자는 극히 일부다. 따라서 2차 검사단계에서는 심장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들 증상이 가장 흔한 원인인 심부전ㆍ폐질환 등이 아니라면 동맥고혈압 전문가를 찾는 게 좋다.
이후 검사단계는 환자에 맞춰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경식도 초음파, 특수혈액검사, 핵의학검사 등을 시행한다. 최종 확진을 위해 심도자술(心導子術ㆍ국부 마취 후 카테터를 혈관에 넣어 시행하는 혈관조영검사)이 필요하다. 심도자술에서 특발성 폐동맥고혈압으로 진단되면 혈관확장제검사 후 사용할 약을 정한다.”
-폐동맥고혈압 진단이 늦어지는 까닭은.
“사람 몸은 질병이 생겨도 어느 정도 이를 보상하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서서히 진행하는 만성질환은 병이 진행되는 동안에 몸이 그걸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가 심각해져서야 증상으로 발현하게 된다. 폐동맥고혈압도 폐동맥이 서서히 두꺼워지고 좁아지는 동안 심장은 압력을 이기기 위해 두꺼워지고 더 열심히 일을 해 처음에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다가 서서히 호흡곤란이 생긴다. 평소 활동을 많이 하지 않으면 이 또한 인지하지 못할 때가 많다.
또한 젊은 여성 상당수가 활동량이 많지 않고, 30~40대에는 임신과 출산, 육아 등을 겪으면서 건강에 신경 쓰지 못한다. 그래서 가벼운 호흡곤란이 생겨도 운동부족 때문으로 여겨 병원을 늦게 찾는다. 따라서 젊은 여성이 이유 없이 호흡곤란이 생기면 폐동맥고혈압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특히 폐동맥고혈압 고위험군이면 증상이 없어도 주기적으로 심장초음파검사를 추천한다. 특히 전신경화증 환자는 일반인보다 폐동맥고혈압 발병 빈도가 20배 정도 높아 매년 심장초음파검사를 권한다.”
-치료약도 많이 나왔는데 어떻게 치료하나.
“보조요법과 폐동맥고혈압 특이 약물치료, 수술(폐이식)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보조요법으로는 이뇨제, 감염예방관리, 피임, 정서적 관리, 운동요법 등 세심한 치료가 포함되며 삶의 질을 크게 높인다.
폐동맥고혈압 특이 약물치료는 폐동맥고혈압 자체를 약으로 치료하는 방법이다. △엔도셀린 수용체 길항제 △포스포다이에스터레이제-5 길항제 △프로스타사이클린 유도체 등 3가지 계열 약이 있다. 약을 2가지 이상 조합해 쓰는 게 학계 추세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주 제한된 경우에만 건강보험을 적용 받기에 치료에 한계가 있다. 2가지 약을 써도 나아지지 않으면 동시에 3가지 약을 쓴다. 특히 고위험군은 주사약을 추천한다.
하지만 이 같은 약물치료에도 전혀 반응이 없고 악화한다면 최후 선택으로 폐이식을 해야 한다. 폐이식 5년 생존율은 50% 전후에 불과하지만 성공하면 정상적인 삶이 가능하기에 젊은 환자는 적극 고려할 만하다. 다만 공여자 부족으로 폐이식 대기기간이 1년이 넘기도 해 안타깝다.”
-삼성서울병원 폐고혈압클리닉의 장점을 꼽자면.
“희귀질환 치료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 전문성이다. 전문성은 다년간 환자가 얼마 이상 치료한 적이 있어야 생긴다. 세계폐고혈압학회와 유럽심장학회는 연간 50명 이상 폐동맥고혈압/만성폐색전증폐고혈압 환자가 다니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라고 권한다(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등이 해당). 삼성서울병원은 매년 200여명의 폐동맥고혈압과 만성폐색전증폐고혈압을 진료하고 있다. 또한 진단 인력으로 심장내과 호흡기내과 영상의학과 핵의학과 진단검사의학과 류마티스내과 등 전문 협진이 가능하다. 정신건강의학과 사회사업실 심장재활팀 고위험산모전문산과 흉부외과 중환자의학팀 등도 함께 해 진단에서 치료까지 통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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