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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가상화폐 천국이던 중국, 1년 만에 채굴기 ‘땡처리’

입력
2018.12.09 15: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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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시장에 산처럼 쌓여있는 가상화폐 채굴기(왼쪽 사진), 한 매매업자가 가상화폐 채굴기를 저울에 달아보는 모습(오른쪽 사진). 신랑차이징
중고시장에 산처럼 쌓여있는 가상화폐 채굴기(왼쪽 사진), 한 매매업자가 가상화폐 채굴기를 저울에 달아보는 모습(오른쪽 사진). 신랑차이징

중국은 1년 전만 해도 ‘가상화폐 천국’으로 불렸다. 쓰촨(四川)ㆍ윈난(雲南)성과 네이멍구(內蒙古)ㆍ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등 중국의 변방지역은 저렴한 전기료와 서늘한 기후로 전 세계 비트코인 채굴장의 90%가 몰려 있을 정도였다. 가상화폐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이에 따라 채굴이나 개인 간 거래 등 관련 산업이 큰 인기를 끌면서 수십 개의 블록체인ㆍ가상화폐 매체들까지 생겨났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자본 유출과 탈세 우려 등을 감안해 초강경 규제에 나서면서 1년 만에 사정이 180도 달라졌다. 중국 금융당국은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에 있는 비트코인 거래소 3곳을 모두 폐쇄했고, 개인들의 모든 가상화폐 거래 사이트 접근을 차단했다. 비트코인 채굴도 전면 금지됐고,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소셜미디어(SNS) 공간에 난무하던 가상화폐 관련 광고도 모두 사라졌다. 올 초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정부가 마감시한을 정하지 않은 채 가상화폐의 ‘질서있는 퇴출’을 추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근래 들어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가격은 연초 대비 80% 가량 폭락했고, 이에 따라 채굴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중국 정부의 규제 속에서도 근근이 버텨오던 중국 내 가상화폐 채굴장의 상당수가 문을 닫기 시작했다. 중소 채굴장 운영주들은 대량으로 설치했던 채굴기들을 하루라도 빨리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 됐고, 이러다 보니 금맥을 캐는 도구였던 채굴기는 어느새 고철 신세로 전락했다.

사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채굴기 품귀현상으로 지난해 하반기 1만 위안(약 163만원) 선에서 거래되던 채굴기 값은 3만 위안(약 489만원)을 넘어섰다.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의 대형 전자상가인 화창베이(華强北)는 전 세계에서 몰려든 바이어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하지만 올 여름을 지나면서 화창베이의 큰 손들이 매입가격에 채굴기를 대량으로 처분하는 등 가상화폐 사업에서 손을 떼기 시작했고 최근엔 거래 자체가 거의 끊긴 상태다. 세계 3대 가상화폐 채굴기 생산업체인 비터다루(比特大陸ㆍ비트메인), 자난윈즈(嘉楠耘智), 이방궈지(億邦國際)의 생산라인도 멈춰 섰다.

이러다 보니 일부 중고시장은 때 아닌 가상화폐 채굴기 거래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채굴기의 브랜드와 성능, 사용연한 등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인데 일부는 중국보다 전기료가 더 저렴한 인도나 캄보디아 등지로 팔려나간다. 하지만 아예 저울에 무게를 달아 일괄적으로 사고 파는 경우가 허다하다. 경제매체 신랑차이징(新浪材經)은 “최근 들어 중고시장에는 가상화폐 채굴기가 산처럼 쌓여가고 있고 고철덩어리와 똑같이 거래되고 있다”고 전했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던 블록체인ㆍ가상화폐 관련 매체들도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달에만 블록체인자오찬(早餐)과 BABI메이르(每日) 등 11개 매체가 업데이트를 중단했고, 이하오차이징(一號財經)ㆍ치펑차이징(起風財經) 등은 사업다각화를 명분으로 가상화폐 관련 정보서비스 업무를 손 놓고 있다. 관영매체인 증권시보는 “연내에 블록체인ㆍ가상화폐 관련 매체의 90%가 문을 닫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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