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문제 유출 의혹’이 불거진 이후 평일 저녁마다 숙명여고 정문 앞을 촛불로 밝혔던 학부모들이 100회를 마지막으로 집회를 마무리했다. 학부모들은 전 교무부장과 쌍둥이 자매의 개인적 일탈로 종결된 이번 사건에 대해 ‘미완의 승리’라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7일 오후 8시30분, 체감온도 영하 10도를 기록한 한파 속 서울 강남구 숙명여고 정문 앞에 모인 숙명여고정상화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그동안 (비대위가) 학교에 요구해온 것들이 해결됨에 따라 촛불집회 100일째를 자축하며 집회 종료를 공식적으로 알린다”고 밝혔다. 이날은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를 기록한 탓에, 8명의 학부모들이 롱패딩과 방한부츠 등으로 중무장한 채 촛불을 들었다.
비대위는 “학부모들의 꺼지지 않는 정의에 대한 열망이 늦여름부터 겨울 초입까지 세 계절에 걸쳐 집회를 하며 정의가 승리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입증해낸 것”이라 말했다. 그동안 비대위는 학교 측에 △쌍둥이 자매의 퇴학 처리 △자매와 같은 학년 학생들에 대한 성적 재산정 △전 교무부장, 교감, 교장, 정기고사 담당교사 등에 대한 교원징계위원회 개최 등을 요구했다.
다만 의혹이 드러나는 과정에서 학교 측이 보인 태도와 전임 교장, 교감에 대한 불기소 처분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이 자리에서 이신우 비대위원장은 "100일이면 곰도 사람이 되는 시간인데, 숙명여고만 아직까지 제대로 되지 않은 것 같다"며 “학교법인 명성여학원은 책임있는 교육기관으로서의 각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 김모(48)씨는 “사실상 숙명여고에서 관행적으로 있었던 일인데 교무부장 부녀 셋으로 꼬리 자르기를 한다고 본다”며 “교육청 차원에서 전수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부모들은 그동안 재학 중인 자녀에게 불이익이 있을까 봐 마스크를 쓰고 신분을 노출하지 않은 채로 집회를 이어왔다. 이 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딸을 둔 윤모(48)씨는 “학교는 단순히 대학을 가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어떤 자세를 갖고 살아야 하는지 도덕과 규범, 사회규칙을 배우는 곳”이라며 “성적과 평가라는 암묵적인 권위로 아이들의 생각과 발언을 차단했던 학교 측의 모습은 수준 이하였다"고 학교 측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지난 8월 30일 숙명여고 학부모들은 처음으로 문화제 형식으로 집회를 개최했다. 올 7월 대치동 학원가 등을 중심으로 숙명여고 시험문제 유출 의혹이 퍼지면서다. 이후 서울시교육청의 수사의뢰를 받은 수서경찰서가 수사에 착수, 지난달 12일 A(53) 전임 교무부장과 쌍둥이 자매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같은 달 30일 검찰도 경찰과 같은 결론을 내려 A씨를 구속기소하고, 두 딸에 대해서는 소년보호사건 송치 처분을 내렸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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