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아이를 낳고 키우고 싶은 사회’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1년여 넘게 공을 들인 저출산 대책을 7일 선보였다. 지금까지 출산율 높이기에만 매달렸던 정책의 패러다임을 삶의 질 개선 쪽으로 전환하는 의미 있는 행보다. 하지만 정책의 내용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다. 기존 대책을 일부 손질하는 수준에 그친데다 부처간 합의조차 제대로 이루지 못해 핵심 대책들은 추후 과제로 미루면서 패러다임 변화가 잘 체감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의 저출산 대책은 출산장려책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내놓은 3차 저출산ㆍ고령사회 기본계획(2016~2020년)은 ‘저출산 극복 골든타임‘임을 강조하며 2020년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 1.5명이라는 목표치까지 제시했다.
하지만 결과는 역주행이었다. 2016년 1.17명이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1.05명으로 떨어졌고 올해 3분기 0.95명으로 1명 아래로 추락했다. 올해 합계출산율 역시 1명 밑으로 떨어질 것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결혼해서 애를 낳아야 한다’는 국민 상대 강권으로는 아무리 돈을 많이 쏟아 부어도 저출산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걸 여실히 입증한 것이다. 이날 대통령 직속 저출산ㆍ고령사회위원회(이하 저출산위)가 3차 계획을 재구조화(수정)해 내놓은 것은 이런 인식을 깔고 있다. 당초 발표 예정보다 2개월 가량 늦어진 것 역시 그만큼 고민이 깊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지난 7월 선제적으로 발표한 내용의 연장선상에 있을 뿐 그간 논의 해오던 주요 내용들은 부처 협의 등의 벽을 넘지 못하고 제외되면서 한계를 여실히 노출했다. 일하는 부모의 양육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초등 저학년 아이들의 하교 시간을 오후 3시로 늦추는 방안은 ‘전면 재검토’로 물러섰다. 교원들의 반대가 거센데다 교육부 역시 “학제개편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다. 육아휴직 기간 중 소득 감소를 해결할 방안으로 논의돼온 ‘부모보험’ 도입도 미뤄졌다. 부모보험 제도는 육아휴직 급여를 고용보험기금에서 끌어다 쓰는 구조를 벗어나 별도의 사회보험 기금을 만들자는 것. 하지만 돈줄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중장기 과제로 분류되는데 그쳤다. 출산휴가 후 자동으로 육아휴직 1년을 사용하는 ‘자동육아휴직 법제화’도 검토됐지만 결국 대책에 담기지 못했다. 이창준 저출산위 기획조정관은 “출산휴가 후 자동육아휴직 연계 시 여성만 육아휴직을 활용하게 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대책은 내부에서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저출산위의 한 민간위원은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나와도 각 정부 부처마다 의견이 다르다 보니 위원회가 뜻대로 밀어붙이기 어려운 구조”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한국여성노동자회 등 여성노동계 12개 단체도 성명을 내고 “캠페인성 대책 이상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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