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2018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서 역전 우승
7번 진출한 세계대회 결승서 6개 타이틀 획득, 스타성 입증
최근 슬럼프에 빠진 게 아니냐는 일부 시선도 잠재워…무엇보다 자신감 회복이 큰 수확
중국 커제(21) 9단은 역시 스타였다. 일부에선 최근 슬럼프에 빠진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지만 세계대회 타이틀 획득과 함께 세간의 우려도 잠재웠다. 큰 게임에서의 강한 면모로 다시 한번 세계 바둑계에 ‘황제의 귀환’을 알린 셈이다.
발판은 5일 막을 내린 ‘2018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우승상금 3억원)대회에서 마련했다. 커제 9단은 우리나라의 안국현(26) 8단과 벌인 이번 대회 결승 3번기(3판2선승제)에서 2승1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커제 9단은 지금까지 진출했던 7번의 세계대회 결승전에서 6개(2015년 1월 제2회 백령배 세계바둑오픈, 2015년 12월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2016년 1월 제2회 몽백합배 세계바둑오픈, 2017년 12월 제1회 신아오배 세계바둑오픈, 2018년12월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의 우승컵을 쓸어 담았다.
특히 올해 삼성화재배 대회의 경우, 여느 대회 보다 어려웠던 반상(盤上) 대내외적인 환경을 극복하고 얻어낸 결과여서 더 값진 우승으로 주목 받고 있다. 실제 우승컵까지 들어올린 과정 또한 순탄치 않았다. 1국을 먼저 패한 커제 9단은 2국에서 승리로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지만 최종국인 3국에서도 백돌을 쥐고서도 형세는 만만치 않았다. 프로바둑 기사들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덤(6.5~7.5집)이 주어지는 백돌 대국을 선호하는 편이다. 커제 9단의 경우엔 2015년 백돌을 쥔 대국에서 전무후무한 34연승의 기록까지 세운 바 있다. 커제 9단도 대국 직후 인터뷰에서 “마지막 장면에서 매우 힘들었다”며 “만약 상대가 계속해서 따라 왔으면 몹시 힘들어졌을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한국 선수들에게 고전했던 상대전적도 커제 9단에겐 심리적인 불안요소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커제 9단은 이번 대회 직전까지 한국 선수들에게 7승8패(승률 46.66%)로 부진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커제 9단의 컨디션 또한 저조했다. 커제 9단은 “국내 경기를 끝내자 마자 이번 삼성화재배에 출전한 것이어서 처음엔 몹시 힘들었다”며 “이번 삼성화재배 출전 직전에 벌어졌던 난가배 결승전 포기도 생각해봤지만 바둑 발전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해서 그럴 수 없었고 컨디션이 나빴지만 이를 악물고 견뎠다”고 털어놨다. 커제 9단은 이달 1일 중국 장쑤성 취저우에서 열렸던 ‘제7기 취저우 난가배’(우승상금 약 8,000만원) 결승전에서 탄샤오(25) 9단에게 패하면서 이 대회 2년 연속 준우승에 그쳤다. 이 보다 앞선 지난달 20일 벌어졌던 ‘2018 TWT배’(우승상금 약 1억1,200만원) 결승전에서도 리진청(20) 9단에게 패하면서 역시 우승컵을 놓쳤다.
천하의 커제 9단이었지만 세계대회 타이틀 보유자로서 가진 마음의 부담이 상당했다는 속내도 털어놨다. 커제 9단은 “세계대회 우승자란 타이틀이 주는 압박감이 컸다”면서도 “주변에서 ‘이번 대회는 꼭 우승해야 한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전했다.
결국 삼성화재배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커제 9단은 특히 이번 대회에서 되찾은 ‘자신감’을 가장 큰 수확으로 꼽았다. 커제 9단은 “요즘은 인공지능 기술이 많이 발전했고 다른 선수들의 실력도 출중해졌기 때문에 세계 타이틀을 차지하는 게 매우 힘들다”면서도 “여섯 번째 우승은 의미가 크고 자신감이 오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커제 9단의 강한 승부욕에 높은 점수를 줬다. 이번 대회 결승 3국을 모두 중계한 박정상(34) 국가대표팀 코치는 “기본적으로 커제 9단의 기량은 굉장히 강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됐다”며 “특히 무너질 것 같았던 결승 3국에선 반드시 이기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느껴졌다”고 평가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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