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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사육 반달곰 세 마리, 태어나서 처음으로 철창 밖으로

입력
2018.12.07 12:00
수정
2018.12.07 12:27
0 0
강원 동해 한 사육곰 농가에서 7일 구출된 2014년생 반달가슴곰 곰이(왼쪽부터), 달이, 반이. 녹색연합 제공
강원 동해 한 사육곰 농가에서 7일 구출된 2014년생 반달가슴곰 곰이(왼쪽부터), 달이, 반이. 녹색연합 제공

태어나자 마자 철창에 갇힌 채 죽을 날만 기다리던 어린 사육곰 세 마리가 세상 밖으로 나온다. 사육곰(웅담채취를 위한 곰) 농장에서 사육곰을 구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관련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지난 5일 본보와 인터뷰에서 “남은 사육곰들의 열악한 사육환경이 지속되는 게 안타깝다”며 “사육곰 농가의 폐업을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단체 녹색연합은 7일 강원도 동해의 한 사육곰 농가에서 어린 반달가슴곰 세 마리(2014년 1월 10일생) 반이, 달이, 곰이를 구출해 반이와 달이는 청주동물원에, 곰이는 전주동물원에 이송한다고 밝혔다. 이번 구조는 녹색연합과 환경부, 동물원이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힘을 합친 결과다.

녹색연합은 다섯 살 이하 곰을 우선 구출하기 위해 지난 2개월간 온라인 모금을 통해 시민들로부터 4,000만원을 모았다. 이 비용은 해당 농가로부터 사육곰 세 마리를 구입하고, 무진동차량으로 동물원에 이동시키는 데 사용됐다. 환경부는 청주동물원과 전주동물원에 사육시설 개선 지원 명목으로 각각 1억원씩 지원했고, 두 동물원은 곰 세 마리가 안정된 보호시설로 이동하기 전까지 돌봄과 동시에 관람객들에게 사육곰 사육 실태를 알릴 계획이다.

경기 김포 한 사육곰 농장에서 사육중인 반달가슴곰. 신상순 선임기자
경기 김포 한 사육곰 농장에서 사육중인 반달가슴곰. 신상순 선임기자
7일 오전 강원 동해시의 한 농가에서 녹색연합 활동가들이 웅담 채취용으로 사육하던 곰을 마취시켜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오전 강원 동해시의 한 농가에서 녹색연합 활동가들이 웅담 채취용으로 사육하던 곰을 마취시켜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사육곰 농가 30여곳에 남아 있는 곰은 약 540마리. 이 중 웅담을 적출할 수 있는 열 살 이상 된 곰은 400여마리 이상, 다섯 살 이하 개체는 약 50마리에 달한다. 이들은 개 사료 등을 먹으며 좁은 공간에서 언제 있을지 모를 웅담채취만을 위해 길러지고 있는 상황이다.

사육곰 문제는 지난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0년대 정부는 수출용 사육곰 사업을 장려했고 농가들은 재수출 목적으로 사육곰을 수입했다. 이후 우리나라가 1993년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ㆍ사이테스)에 가입하면서 수출길이 막혔고, 사육곰들은 국내에서 웅담채취용으로 전락했다. 국제사회의 압력과 야생동물에 대한 국민 인식이 높아지면서 웅담 거래는 감소했고, 환경부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농가와 합의를 거쳐 사육곰 종식 사업을 펼쳐 남은 사육곰들에 대한 ‘중성화 수술’을 마쳤다. 하지만 농가들은 웅담 판매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육곰에 대한 사료부터 줄였고, 사육 환경개선에도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모든 곰은 국제적 멸종위기종인데 한 편에선 KM53처럼 지리산에서 복원되고, 한 편에선 웅담채취용으로 방치되는 것은 출신지가 다르기 때문. 지리산 반달가슴곰은 러시아 연해주와 중국, 북한 쪽에 사는 ‘우수리 아종’이지만 사육곰은 일본이나 대만에 살던 해양계 반달가슴곰이라 유전자가 다르기 때문에 생태계 교란에 대한 우려로 방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방사할 곳이 있다 해도 평생을 철창 속에서 살아온 곰들은 이미 야생성을 잃어 생태계에 돌려보내는 건 불가능하다.

지난 5월 찾은 경기 김포의 한 사육곰 농장에서 사육중인 반달가슴곰. 2018.05.14 신상순 선임기자
지난 5월 찾은 경기 김포의 한 사육곰 농장에서 사육중인 반달가슴곰. 2018.05.14 신상순 선임기자

하지만 모든 곰을 시민들의 모금으로 매입할 수도 없을뿐더러 매입한다고 해도 문제는 보낼 곳이 없다는 점이다. 때문에 녹색연합은 곰들을 위한 보호소(생츄어리)를 만들 것을 제안하고 있다. 배제선 녹색연합 팀장은 “전세계에서 웅담 채취를 위해 곰을 사육하는 나라는 한국, 중국, 베트남 세 나라뿐”이라며 “하지만 중국과 베트남에는 이미 구조한 사육곰들을 보호하는 생츄어리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배 팀장은 이어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에 들어간 비용만 약 213억원, 연간 관리비용만 15억원에 달하지만 500여마리 사육곰 보호 시설 건립에는 50억~60억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환경부도 새끼곰 매입과 보호사업을 추진하겠지만 농가 폐업 지원 방안에는 신중히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동물복지 강화에 대한 국제적 추세와 국민적 요구를 감안할 때 곰 사육이 조기 종식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장관은 이어 “앞으로 민간단체, 지자체, 동물원과 사육곰 매입ㆍ보호 협력사업을 진행하겠다”며 “농가폐업을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국민의 수용도, 사육곰 현황 등을 감안해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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