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숲과 상상력
강판권 지음
문학동네 발행ㆍ272쪽ㆍ1만6,500원
나무는 수동적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한 곳에 평생을 붙박이로 머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생긴 이미지다. 식물인간이라는 표현도 나무를 포함한 식물의 수동성, 고정성에서 비롯됐다.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하지 않는 듯한 나무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무리를 지으려 한다는 점이다. 몇 그루의 나무들이 모여 생육 조건만 갖춰진다면 군락을 이루고, 숲으로 발전한다. 사람들이 조경으로 만들어낸 숲이 아닐지라도 나무는 일정 규칙을 지키며 숲을 만들어 간다. 서로 사이를 두고 가지를 겹치려 하지 않는다. 생존의 필수 요건인 햇살을 받기 위해 지나치게 경쟁하지 않는 것이다. 선을 넘은 경쟁은 공존이 아닌 공멸로 이어진다는 지혜를 나무는 삶에서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대구 계명대 사학과 교수인 저자가 나무에 푹 빠진 이유다.

저자는 “인간이 나무와 숲을 찾아가는 과정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이라고 단언한다. “나무와 소통하면 천지를 알 수 있다”고도 한다. 한자 생각 상(想) 자체가 인간과 나무와 상상의 관계를 담고 있다고도 주장한다. 나무(木)와 사람의 눈(目)이 만나 마음(心)이 생기면 그게 바로 생각이 된다는 것. 저자는 나무가 상상의 원천이라고까지 주장한다.
책은 저자의 나무 찬가, 숲 예찬을 담고 있다. 전국의 유명 숲을 찾아 숲에 얽힌 사연, 숲의 특징, 숲에 대한 단상을 정리했다. 숲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며, 숲으로부터 떠올릴 수 있는 상상의 단초를 제공한다. 책은 사찰과 숲, 역사와 숲, 사람과 숲으로 주제를 나눠 숲을 이야기한다. 사찰과 숲의 경우 이런 식으로 숲을 소개한다. 전나무 숲이 인상적인 강원 평창 월정사와 전북 부안 내소사를 찾아 두 곳의 전나무는 어떻게 다른 모습을 보여 주는지, 어떤 식으로 숲을 형성하고 있는지 비교한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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