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3당 빼고 합의… 470조 정부 원안서 5조 이상 감액
손학규 단식투쟁 등 야3당 강력 규탄… 정국 경색 예고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6일 새해 예산안 처리에 합의했다. 양당은 선거제도 개혁과 예산안 처리 연계를 주장한 야3당을 제외하고 7일 본회의를 열어 두 당이 합의한 수정안을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초유의 준예산 사태는 피했지만 야3당과의 협치의 틀을 깬 거대 양당간 짬짜미 합의를 둘러싼 비판과 오명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본회의장내 물리적 충돌을 비롯한 파행이 예고된 가운데,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단식투쟁에 돌입함에 따라 예산안이 처리되더라도 정국경색이 불가피해졌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이날 오후 각 당 의총에서 잠정 합의안에 대한 만장일치 추인을 받은 뒤 오후 5시30분 470조원 규모의 정부 원안에서 약 5조2,000억원 감액한 내년도 예산안 최종 합의문을 발표했다. 삭감사업에는 취업성공패키지, 청년내일채움공제, 청년구직활동 지원금, 청년추가고용장려금 등 일자리 예산과 남북협력기금의 일반 회계 전입금이 포함됐다. 야당이 집중 삭감을 요구한 단기 일자리예산은 6,000억원이 감액됐고, 1조977억원 규모의 남북협력기금은 10%선인 1,000억원이 감액됐다.
두 당은 또 구직급여 수준을 평균임금의 50%에서 60%으로 상향하고 지급기간도 현행 90일~240일에서 30일 늘리는 방식으로 보장성을 강화하는 고용보험의 개정에도 합의했다. 정부의 국가직 공무원 증원 요구 인력의 경우 필수 인력인 의경대체 경찰인력, 집배원 정규직 전환 등을 제외한 3,000명을 감축하고 아동 수당은 당장 내년 1월부터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만 0세에서 5세까지 전 아동을 대상으로 월 10만원을 지급하고 내년 9월부터는 초등학교 입학 전 아동까지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도 합의문에 담겼다.
예산안 논의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4조원 세수 부족분에 대해서는 정부가 초과 세수를 활용해 적자국채 4조원을 연내 상환하고 내년 국채발행 한도는 정부예산안보다 1조8,000억원을 추가 확대하는 선에서 합의했다.
앞서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만나 점심을 도시락으로 해결하며 최종안을 도출하기 위한 벼랑 끝 협상을 이어갔지만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이견으로 3당의 안을 만드는 데는 실패하면서 결국 반쪽짜리 합의문을 내놓게 됐다. 야3당으로 유일하게 교섭단체 협상에 참여한 바른미래당은 합의문 작성 과정에서 선거제도 개혁과 관련한 문구가 빠지자 회의 도중 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민주당의 선택지는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3당이 요구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수용하거나, 받지 않고 한국당과 손을 잡고 예산안을 처리하는 두 가지 안이었다. 원내 1, 2당인 민주당(129명)과 한국당(112명) 소속 의원들만 본회의에 출석하면 과반수(150명) 출석의 의결정족수를 넘기 때문에 본회의 개의 및 처리가 가능하다. 정기국회 회기를 하루 남기고 가까스로 합의안을 도출해 최악의 준예산 상황은 막았지만 선거제도 개혁을 둘러싼 갈등의 후폭풍은 불가피해 보인다. 민주당이 한국당과 손잡는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최소한 선거제도 개혁의 방향에 대한 합의조차 거부한 것은 2020년 총선을 앞둔 시점에 자신들에게 불리한 선거제 개혁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지도부 역시 의원 개개인의 이해관계가 걸린 선거제 개혁 방향을 섣불리 결정할 수 없는 데다 야3당의 선거제도개혁과 예산안 연계 프레임에 대한 비판 여론도 최근 들어 높아지고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야3당은 즉각 반발했다. 3당은 양당이 합의문을 발표하기 직전 합동기자회견을 열고 “기득권 양당의 욕심이 정치 개혁의 꿈을 짓밟았다”고 규탄하며 7일 공동집회를 예고했다. 바른미래당은 여야정 상설협의체 참석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이날부터 예산 합의를 거부하는 단식에 돌입한다고 선언했다.
일단 두 당은7일 본회의를 열고 국회가 수정한 예산안과 예산안 부수 법안을 처리할 방침이지만 야3당의 반발이 거세 최종 처리 시점까지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야3당이 양당의 단독 예산 처리에 대해 저지에 나설 경우 물리적인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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