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용호 北외무상, 베이징 도착
왕이 등 中 외교라인들과 만나… 대미 협상카드 확보 논의 전망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북중 외교장관 회담을 위해 6일 중국 베이징(北京)에 도착했다. 중국 측이 북미 대화 및 비핵화 진전을 추동하는 역할을 자처하는 모습이다. 북미 간 중재자 자리를 두고 한중 사이에 경쟁 구도가 조성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리 외무상이 이끄는 북한 대표단은 이날 오후 3시(현지시간) 넘어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초청으로 방중한 리 외무상은 2박 3일간 체류하면서 외교장관 회담 및 만찬을 가질 예정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해외순방을 수행했다 이날 귀국한 양제츠 외교 담당 정치국원과 중국 측 북핵 6자회담 대표인 쿵쉬안유(孔鉉佑) 외교부 부부장 등 한반도 외교 라인도 접촉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리 외무상의 방문 목적과 관련 “북중관계를 발전시키고 한반도 등의 문제를 놓고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내년 초 예고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비핵화 및 평화구축 협상 전략을 함께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북측으로서도 6ㆍ12 북미 정상회담 전 북중 논의를 거쳤던 전례에 따라 대미 협상 카드 확보를 위해 방중 길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북중 대화는 미국이 중국산 제품 추가관세를 90일간 유예하기로 결정하는 등 무역전쟁에서 해빙 무드가 엿보이는 가운데 이뤄져 주목된다. 대북 제재 완화를 거듭 주장해왔던 중국이 무역전쟁 ‘휴전’과 동시에 비핵화 협상에 있어서도 미측에 일시적인 협력을 제공할 수 있어서다. 유현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중 간 공조 체제로 전환된 데는 중국이 그만큼 국내 경제 상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탓이 크다”며 “중국 측은 리 외무상에게 향후 3개월만이라도 제재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설명하면서도 북측의 비핵화 결단을 촉진하기 위한 보상책을 약속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이 대미 협조 태세로 돌아선다면 북미 간 중재자 자리를 두고 한국과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된다. 한 정부 관계자는 “북중관계가 여전히 두터운 것은 사실이나 무조건적인 혈맹 관계보다는 상호 경제 이익을 중요시하는 관계로 전환되고 있다”며 “그런 면에서 북측도 중국과 남측 사이 더 큰 실리를 주는 곳으로 기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북미 담판을 앞두고 중국이 북측에 제재 완화 프로세스에 관해 조언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조성렬 전략연 수석연구위원은 “쿵쉬안유 부부장은 (미중 정상회담 직후인) 지난 1일에도 한 포럼에서 대북 제재 완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북한은 중국이 제재 해제와 관련해 갖고 있는 구상이 무엇인지 들은 다음 남북, 북미 협상 전략을 최종 확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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