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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원리 반한 무리수ㆍ조급증… ‘엔진 꺼지는’ 광주형 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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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원리 반한 무리수ㆍ조급증… ‘엔진 꺼지는’ 광주형 일자리

입력
2018.12.06 17:50
수정
2018.12.06 20:5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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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 듯 말 듯’ 협상 난항 이유

지난 5일 오후 광주 서구 광주시청 3층 중회의실에서 윤종해 한국노총광주지역본부 의장이 광주형일자리 제4기 노사민정협의회 결과에 대해 기자회견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5일 오후 광주 서구 광주시청 3층 중회의실에서 윤종해 한국노총광주지역본부 의장이 광주형일자리 제4기 노사민정협의회 결과에 대해 기자회견하고 있다. 뉴시스

생산 유연성 부족과 대립적 노사관계 등 국내 자동차산업이 안고 있는 난제들을 극복할 수 있는 모델로 손꼽혔던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외려 노사관계와 자동차산업에 대한 이해 부족만을 드러낸 채 좌초 위기를 맞고 있다. 광주시와 현대자동차 모두 투자협상의 불씨를 살려 놓기는 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당장 양측간 투자협상은 냉각기에 접어들었다.

광주형 일자리 모델인 현대차 위탁조립공장(합작법인) 투자유치사업이 협상 타결을 목전에 두고 주저 앉은 데는 현대차의 노조회피전략 때문이라는 지적이 고개를 들고 있다. 현대차는 그간 협상에서 ‘저임금 무노조’ 전략을 이어왔다. 광주형 일자리가 사회적 대타협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그 타협의 핵심 대상인 노조의 존재를 부정한 셈이다. 실제 현대차가 투자협약서에 합작법인의 자기자본금(2,800억원) 중 19%(530억원)를 투자하고, ‘임금 및 단체협약을 5년간 유예한다’는 조항을 넣자고 고집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당장 현대차가 지분율 20%를 넘기면 신설법인은 계열회사로 포함돼 자사 노조의 덩치만 커져 현대차로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임단협 5년 유예 조항도 마찬가지다. 노동계는 “노조결성권을 침해하는 실정법 위반”이라고 반발했지만, 현대차는 이 조항을 삭제하는 등의 광주시 수정안들을 모두 거부했다. 현대차는 투자 타당성을 그 이유로 들고 있지만 이면엔 매년 파업을 할 수 있는 노조가 하나 더 생기는 걸 두고 볼 수 없었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에 지역 노동계에선 “현대차가 투자회피 구실로 노조 문제를 들고 나온 것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업계는 동상이몽이다. 업계에선 “광주형 일자리가 국내 자동차산업의 고비용 저생산 구조를 깰 수 있는 기회인 만큼 지금이라도 노동계가 임단협 5년 유예 조항을 수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 세계 자동차 생산물량이 포화상태에 달한 상황에서 현대차가 투자 결단을 내리기 위해선 최소 5년간은 기업 수익성이 보장되는 구조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지금껏 중국 등 해외공장 신설을 위한 투자 안을 만들 때 5년 안에 투자금을 모두 회수하는 조건을 기본으로 내걸었다”며 “수익성을 보장 받지 않고 투자했다가 수백억 손실이 나면 주주들이 배임 혐의로 제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업계와 노동계의 시각차가 선명한 데는 결국 서로가 갈등담합적 노사관계에 익숙한 환경을 극복하지 못한 탓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동계의 한 인사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노사간 갈등을 해소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자는 게 광주형 일자리의 취지인데 현대차 투자협상이 거듭될수록 노사의 대립적 관계만 극명하게 드러났다”며 “여기엔 노동존중 등 서로 다른 가치와 이해관계를 인정하지 않은 데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일자리 사업이 지지부진한 터라, 어떻게든 광주형 일자리 사업을 시작하고 보자는 광주시와 정치권의 조급증이 이번 협상을 그르치게 한 원인으로도 꼽힌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10월 24일 광주를 찾아 “광주형 일자리는 정부 일자리 정책을 성공시키는 모델이다. 일단 출발하자”고 재촉하고, 정치권에선 광주형 일자리를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냈지만 오히려 협상은 난항만 거듭했다.

참여자치21 관계자는 “기업의 투자결정은 경제 논리만으로 설명이 불가능하고 확실하게 미래를 예측할 수도 없어 전반적인 투자 분위기가 중요하다”며 “그런데 시나 정치권이 국회 예산 심의 일정 등을 핑계로 너무 몰아붙이니 그만큼 반작용도 컸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을 두고 파열음이 이어지자 광주시가 투자 협상의 틀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협상에 관여했던 한 관계자는 “이번 협상은 노사관계와 자동차산업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불가능한데도, 광주시는 사회적 대화와 합의를 중요시하지 않고 협상한다면서 현대차 관계자만 만나고 다녔다”며 “이제부터라도 광주시는 협상 전체 과정을 복기하고 지역사회의 공론화 등을 통해 여론을 수렴한 뒤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차분하게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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