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원내대표 선거운동 동행기]
“전화 한 통이라도 더 할 생각…
높은 인지도는 힘 있다는 의미”
경선 라이벌과도 어색한 인사
하루 네 시간 쪽잠 자며 강행군
“한 턴(turn)은 이미 다 돌았고, 두 턴 세 턴째 만나 뵙고 있어요.”
6일 오후 지친 기색으로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450호실에 들어선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당소속 112명 의원 중 몇 분이나 만났느냐’고 묻자 자신있게 답했다. 전날도 늦은 밤까지 선거운동을 다닌 탓에 새벽 1시가 돼서야 겨우 잠들었다는 그는 이날 새벽 5시부터 일찌감치 하루를 시작했다. “여러 명을 한꺼번에 만난 건 카운트하지 않았다”고 덧붙인 말에서, 최근 한국당 안팎에서 왜 “나 의원이 이번만큼은 결기가 다르다. 바닥부터 훑고 다닌다”는 말이 공공연히 돌았는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았다. 대국민 인지도나 메시지 전달력에서 차별화된 그가 동료 의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눈빛부터 달라졌다는 평가다.
나 의원은 이날 오전에만 한 시간 간격으로 열린 네 개의 토론회, 간담회에 잇따라 참석했다. 긴 대화를 주고받지는 못했지만 행사장마다 자리한 의원들에게 일일이 다가가 악수를 나눴다. 점심도 해외동포들과 함께하는 간담회장에서 간략하게 해결한 뒤 당 소속 의원이 주최하는 토론회로 또다시 향했다. 오후 2시로 예정된 본회의가 취소되면서 의원실로 돌아와 숨을 돌릴 수 있었으나 그것도 잠시, 의원총회 소집령이 떨어져 의총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 의원은 “며칠 안 남았으니 열심히 만나려 한다. 못 만나면 전화 한 통이라도 더 드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나 의원의 원내대표 도전은 이번이 세 번째다. 국정감사가 마무리될 때쯤 개혁 성향 초ㆍ재선 의원들의 권유를 받고 출마 결단을 내렸다는 그는 당이 위기인 지금이야말로 궂은 일이 있을 때마다 뒤로 물러서지 않았던 자신의 경력이 필요한 때라고 자신한다. 나 의원은 “야당 시절에 최장수 대변인을 맡으면서 정권교체를 이끌어 냈고, 어려운 선거에는 늘 나섰다”며 “계파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모든 분을 포용할 수 있다는 것도 무기”라고 밝혔다.
나 의원은 요즘 가는 곳마다 유기준 김학용 김영우 의원과 ‘어색한 인사’를 나눈다. 경쟁자인 동시에 동료인 이들에 비해 ‘높은 인지도’를 강점으로 꼽는 나 의원은 “인지도가 높다는 건 저의 말이 그만큼 힘이 있고 국민들도 더 큰 관심을 갖는다는 뜻”이라며 “실력 있는 야당, 투쟁뿐 아니라 협상도 잘 하는 야당으로서 가능성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1년 전 김성태 원내대표가 ‘들개정신’으로 의원들의 마음을 샀다면, 나 의원은 ‘화이불류’(和而不流ㆍ화합하되 휩쓸리지 않는다)의 리더십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내세운다. 그는 “의원들이 의견을 들어달라, 당이 화합해서 갈 수 있게 해달라는 말씀을 가장 많이 하신다”며 “사사로운 정이 아니라 나라를 위한, 당을 위한 선택을 하실 것으로 믿는다”고 당선을 자신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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