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구 서구가 환경미화원의 기초 작업도구인 장갑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있어 불편(4일자 12면 보도)하다는 기사를 보도한 후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사)대구어린이집연합회가 “고생하는 환경미화원들께 추위라도 잠시 녹일 수 있도록 핫팩 1,000개를 기부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그동안 본의 아니게 서구 환경미화원 문제를 집중 보도했다. 환경미화원 복지기금 5억원 증발(11월13일자 12면), 저품질 피복류 지급 의혹(11월15일자 14면), 주먹구구식 환경미화원 관리 논란(11월21일자 12면) 등 한 가지 테마로 이렇게 많은 기사를 쏟아내기도 처음이었다.
기사를 보도할 때마다 서구의 주장은 한결 같았다. “이상없다”는 것이었다. 복지기금 문제는 서구가 관여하지 않고 있고, 피복용품이 시중가보다 최대 7배 비싸게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규정대로 했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환경미화 업무의 기본장비 중의 기본인 장갑조차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는 하소연이 터져 나왔는데도 “근거없는 이야기”라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데 급급했다.
결국 환경미화원들의 호소가 사소한 문제거나 거짓말이라는 얘기였다. 변명도 모자라 “환경미화원의 음해”라는 주장도 대놓고 했다. 제보자를 색출한다는 소리도 들렸다. 서구도 나중에는 연속 보도가 부담스러운지 불합리한 제도와 관행 개선을 약속했다. “내년부터 한 치 의혹이 없도록 환경미화원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대구시가 실시한 ‘8개 구군 청소행정 종합평가’ 결과 서구가 4년 연속 우수 구청으로 선정됐다는 보도자료를 접하면서 다시 한 번 현장과 공직사회 간 거리를 느낀다. 41개 서면평가와 현장평가는 눈 감고 귀 막고 진행됐다는 얘긴가. 공직사회의 탁상행정에 사회적 약자는 골병이 든다. 그나마 핫팩 기부 전화가 위안이 된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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