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회계법인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감사 독립성을 더 철저히 지켜달라”고 쓴소리를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고의분식 사태와 관련, 외부감사 업무를 맡은 회계법인들의 자성과 재발 방지를 사실상 촉구한 셈이다.
윤 원장은 6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회계법인 대표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엔 최근 고의 분식회계 판정을 받은 삼성바이오 감사인이었던 삼정과 안진 회계법인을 포함해 총 8곳의 회계법인 대표들이 참석했다.
윤 원장은 간담회에서 “회계법인이 금융자산이나 기업에 대한 가치평가를 할 때 고객이 제시한 자료만을 이용하거나 비현실적 가정을 토대로 한 평가를 해, 평가의 신뢰성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는 회계법인들이 삼성바이오에피스 가치를 매기는 과정에서 무리한 가치평가로 회사 가치를 지나치게 부풀린 점을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어 “회계법인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과도한 이익 추구로 선의의 기업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윤 원장은 삼정과 안진을 구체적으로 거론하진 않았지만 이들 회계법인을 염두에 둔 듯 간담회 내내 회계법인의 감사 독립성에 대해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원장은 간담회 후 기자들을 만나 “감사인의 독립성을 특히 강조했다”고 말했다. 삼정과 안진은 삼성바이오의 감사인으로서 외부감사를 하면서 동시에 삼성바이오가 의뢰한 가치산정과 같은 컨설팅 업무도 함께 수행했다. 이 때문에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상황에서 이들 회계법인이 과연 독립성을 유지하며 외부감사를 하는 게 가능했겠냐는 의문이 많았다. 윤 원장은 “이해상충 우려가 있어 그 부분도 지적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 회계법인 대표는 “업계에서 건의사항을 말하기보단 최근 현안에 대한 금감원장의 당부를 듣는 자리였다”고 밝혔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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