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찰이 북한 공작원으로 추정되는 조선(朝鮮) 국적의 60대 남성을 입건했다고 교도(共同)통신 등 일본 언론들이 6일 보도했다. 수사 당국은 그가 김정일 국방위원장 요리사였던 후지모토 겐지(藤本健二ㆍ가명)와 접촉한 사실에 주목하고 일본 내 공작활동의 핵심 인물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지바(千葉)현 경찰은 지난 6월 나리타(成田)공항에서 타인 명의의 신용카드를 가지고 화장품을 대량 구입한 혐의로 사이타마(埼玉)현에 거주하는 65세 조선 국적의 남성을 입건해 불구속 송치했다. 그는 지난 2016년 11월 일본인 지인에게 다른 일본인 명의의 신용카드를 사용해 나리타공항 면세점에서 물품을 구입하도록 한 뒤 이를 건네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 당국은 일단 사기 혐의를 적용했지만, 그가 구입한 화장품을 중국 베이징(北京) 등을 경유해 북한으로 불법으로 수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외환법 위반(무승인 수출) 혐의 적용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 이후 경제제재 차원에서 북한에 대한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수사 당국은 이 남성이 2012년 김정일의 전속요리사 출신인 일본인 후지모토씨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후지모토씨는 자신의 책에서 2012년 7월 한 인물로부터 “북한에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겠느냐”는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 받은 적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그의 휴대전화 통화기록 등을 조사한 결과 그가 후지모토씨가 당시 머물고 있던 나가노(長野)현에서 자주 접촉한 사실에 근거해 책에 나오는 인물과 동일 인물로 판단하고 있다.
1980년대 후반부터 김정일의 전속요리사였던 후지모토씨는 2001년 북한을 떠난 뒤 2012년 7월 김정은 위원장의 초청을 받아 방북했다. 김정은 위원장도 어렸을 때 그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2016년 4월 등 수 차례 방북한 이후 지난해 1월 평양 시내에 일본 음식점을 열었다. 수사 당국은 이 같은 사실을 바탕으로 입건한 남성이 일본 내 북한 공작활동의 핵심 인물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일본에선 1952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이후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않았거나 일본으로 귀화하지 않아 국적이 ‘조선’적으로 남아 있는 재일동포가 3만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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