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폭염, 한파, 홍수… 시시각각 일상을 위협하는 환경 이슈들로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고통을 받고 있지만 상황은 훨씬 더 나빠지고 있다. 기후변화의 주된 요인으로 지목되는 온실가스의 대표격인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올해 역대 최고치로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국제환경기구가 공동으로 설립한 전문가 그룹인 글로벌 탄소 프로젝트(GCP, Global Carbon Project)가 최근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14~2016년 기간 주춤했던 전 세계 이산화 탄소 배출량의 증가세가 지난해부터 크게 늘고 있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GCP에 따르면 2017년의 전세계 이산화 탄소 배출량은 전년도에 비해 1.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2018년에는 다시 2.7%가 증가해 총 371억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전년에 비해 2.7%가 증가한 것은 역대 최고 상승세에 해당한다. 2016년 무렵만 해도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을 위한 전 세계의 노력이 그나마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지난해부터 다시 ‘파국’으로 가는 열차의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GCP는 이 같은 증가량의 주 원인 중 하나가 중국 및 인도 등 개발도상국의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에 있다고 분석했다. 2018년 중국 5%, 인도 6% 등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는 대국들의 배출량이 다시 늘고 있다고 본 것이다. 미국 역시 2.5%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1% 미만 수준이긴 하지만 유럽연합의 경우 이전과 비교해 배출량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측정 방식 자체가 다양한 온실가스 배출 요인을 환산해 산출하는 만큼 GCP의 연구 결과가 현실을 정확히 반영한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최근 배출량이 다시 늘고 있다는 지적은 이미 국제적으로 공감대를 얻고 있다. 앞서 유엔환경계획(UNEP)는 지난달 27일 발표한 ‘제9차 2018 배출량 갭 보고서(The Emissions Gap Report)’를 통해 2017년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4년 만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고 보고했다. GCP와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UNEP 역시 2016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전년도에 비해 1.2%가 증가했다고 결론 내렸다. 글로벌 경제 성장률이 높아지면서 화석연료 사용량 등이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각국의 배출 감축 노력 역시 정체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지난 2일(현지시간)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개막, 현재 진행중인 제24차 유엔기후변화협약 (UNFCCC) 당사국 총회(COP24)의 논의 결과에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COP24에서는 2015년 온실가스 감축을 통해 지구 평균온도 상승 제한선을 산업혁명 시점보다 2도 이상 높아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데 합의한 파리협약의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결정하게 된다.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산업혁명 시점(1850~1900년)의 지구 평균 온도는 13.66도 가량이었다. 2003~2012년 기간 지구평균온도는 14.44도로 이미 0.78도 정도 오른 상태며 상승 속도는 갈수록 빨라 지고 있다.
그러나 총회에 참석은 했지만 이미 파리협약 탈퇴 의사를 밝힌 미국 등 주요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이어서 난항이 예상된다. 그 밖에도 전력 생산량의 80% 를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인 석탄발전에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진 폴란드에서 COP24가 개최되는 것에 대한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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