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8개월 100억원 경비절감…선진 기술과 프로세스 개발, 자체 연구소 설립 등 내실 다질 터
김이진(60) 대구염색산업단지관리공단(이하 염색공단) 이사장이 취임 8개월 만에 100억원이 넘는 경비를 절감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인맥 철폐와 현장 위주의 사업 추진을 통해 경영 내실화를 다졌다는 평이다.
올 4월 염색공단 신임 이사장에 (주)명주특수가공 김이진 대표가 선출됐다. 삼수 끝에 선출된 김 이사장은 첫 각오부터 남달랐다. 공단 경영 합리화를 최우선 목표로 뿌리 깊은 병폐를 개선하기 위해 칼을 빼 들었다.
“염색공단은 지난해 1,780억원, 올해 1,500억원 등 매년 1,100억~1,500억원 가량의 거대 예산을 집행한다”는 김 이사장은 “그간 사용된 예산들이 알맞은 곳에, 적절히 사용되었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맨 처음 주목한 것은 석탄이었다. 매년 40여 만톤 사용되는 석탄은 구입비용만 500억원에 이르는 주요 자재다. 그가 파악해 보니 석탄은 공개입찰로 울산항을 통해 들여오고 있었다. 가까운 포항항을 두고 울산항을 이용함으로써 석탄운송 및 하역 부대 경비를 낭비했을 뿐 아니라, 공개입찰이라면서도 인맥 위주로 결정된데다 가격 경쟁력도 떨어졌다.
김 이사장은 공단 부이사장을 단장으로 ‘석탄 구매비용 절감TF’를 구성해 공개입찰을 처음으로 수의계약으로 변경했다. 반입항구도 포항항으로 변경했다. 변경을 통해 톤당 물류비가 2만3,500원에서 1만8,500원으로 감소, 연간 18억원이 절감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약품비도 크게 절약했다. 기존 사용하던 황산 98% 약품을 황산 75%와 65% 약품으로 대체했다. 효과는 동일했지만 가격은 기존 g당 40원에서 1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기존 약품보다 안전성도 높아, 사고 위험도 함께 줄었다. 약품 교체와 함께, 황산 제2철 재계약을 통해 연간 16억원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다양한 현장 실험을 통해 황산 농도를 낮춰도 같은 효과를 낸다는 것을 발견하고 즉각 사용하던 약품을 교체했다”는 김 이사장은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처럼 문제 해결을 위해 담당자들과 자주 현장을 방문하며 지원이 필요한 부분과 낭비되는 부분을 파악하기 위해 애썼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답을 찾기 위한 노력은 비수기 발전기(Turbine Generator) 가동 중지로 빛을 발했다. 증기터빈에서 유도된 고압증기에 의해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기는 평일 기준 350~400톤의 증기를 사용하지만, 주말에는 30~40톤 정도다. 그는 현장 이사들과 회의를 통해 주말에는 가동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냈다. 70억~100억원에 달하는 기계를 생산량이 떨어지는 주말까지 매일 돌리는 것보다 평일 생산량을 더 늘리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예상은 적중했다. 6번의 테스트 기간 동안 생산량은 떨어지지 않았지만 주말 가동 중지로 5억원 가량의 경비가 절감됐다. 주말 및 겨울 동절기 등 비수기 가동 중지로 연간 최소 33억원이 절감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매일 가동해야만 더 많은 생산을 낼 수 있다는 선입견을 탈피했더니 경비절감과 효율성 상승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김 이사장은 “내년엔 기계가 생산된 독일을 직접 방문해 더욱 효율적인 생산 방법과 체계적인 매뉴얼 작성 등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또 CES 바이오를 활용한 슬러지 처리방식으로 변경해 연간 25억원을, 현장을 잘 아는 본부장급 퇴직자들로 외주 설비팀을 배치해 인건비 10억원을 절감하는 등 취임 8개월 만에 102억원의 경비 절감을 이루어냈다.
“경비를 매월 1,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까지 절감한 입주기업도 있다”는 김 이사장은 “기존 업체들과 관계를 끊음으로써 초기에는 반발과 갈등, 오해, 비방 등이 심했지만 올 하반기에는 만성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선 기업도 생기면서 공단의 미래 성장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비용 절감 뿐 아니라 근무 분위기 쇄신에도 힘을 더했다. ‘서로 믿고 서로 돕자’, ‘한시도 방심하지 말자’, ‘자기 책임을 다하자’는 △사훈과 공정하고 효율적인 직무수행 △투명하고 정당한 관계유지 △내부신고 준수 △거래상대방의 건전한 영업행위 △공사 구분 등 10대 윤리강령 및 행동 강행을 새롭게 설정했다.
구내식당 식단 개선과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공단 슬로건 공모전도 열었다. 80여 개의 작품이 쏟아졌고 전 직원 투표를 통해 결정된 ‘공감과 소통으로 미래 가치를 창조하는 희망발전소’를 회사 정면에 부착하기도 했다.
김 이사장은 “결정은 이사장 몫이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아이디어와 생각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며 “유연하고 보람찬 근무환경을 만들고, 누구든 먼저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공단 발전이 저절로 이루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의 최종 목표는 전 세계에 수출하는 공단을 만드는 것이다. 지난 6월에는 주한 수단 대사가 공단을 방문해 벤치마킹 의사를 밝힌 것도 고무적이다.
김 이사장은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에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 이사장은 “650억원을 투자해 지난해 석탄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의 노출을 줄이는 환경설비 구축을 완료했고, 친환경 발전소로 거듭나기 위해 카이스트 교수 등과 이산화탄소 절감 장치 연구를 추진 중이다”며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선진 기술 연구와 염색공단에 적합한 프로세스 개발, 자체 연구소 설립 등 내실을 다지겠다”고 다짐했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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