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설명회 열고 조목조목 반박
지난달 20일 국제노동기구(ILO) 비준안을 발표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소속 공익위원들이 기자 설명회를 마련해 비준안을 둘러싼 일각의 비판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앞서 공익위원안이 발표되자 “소방관이 파업을 하면 불은 누가 끄냐” “해고자가 노조 가입하면 기업이 일은 어떻게 하냐”는 우려가 제기됐었다.
경사노위 산하 노사관계제도ㆍ관행개선위원회 위원장인 박수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공익위원인 이승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5일 서울 광화문 경사노위에서 ‘공익위원안 설명회’를 열고 이 같이 밝혔다.
이승욱 교수는 “‘(소방관이 파업하면) 불이 나면 불은 누가 끄냐’는 보도가 있었는데, 소방관의 단결권을 보장한다는 의미는 노조 설립을 허용해야 한다는 원론적 얘기”라며 “우리나라 공무원 노조법에 보면 공무원은 일체 파업을 비롯한 쟁의행위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노조 가입이 허용되더라도 파업 등 쟁의행위는 당연히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공익위원안은 공무원의 노조할 권리 보장을 위해 노조 가입이 허용되는 특정직 공무원에 소방공무원을 포함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ILO 핵심협약이 비준된다면, 공익위원 말대로 합법 파업은 불가능하더라도 소방관들이 법 테두리 내에서 ‘연가 투쟁’ 등을 하는 것은 막을 방법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전교조나 공무원노조는 종종 연가 투쟁을 한다.
해고자나 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면 기업 활동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도 적극 해명했다. 이 교수는 “노조가 해고자나 퇴직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고, 퇴직자나 해고자 입장에서도 아무런 혜택을 못 받는데 조합비 납부하면서 노조 활동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우리처럼 기업별 노조가 일반적인 일본에서는 1964년부터 해고자 퇴직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했지만 노사 관계에 혼란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정규직이나 사내하청 근로자를 기존 정규직 노조 조합원으로 안 받아주는 것이 우리나라의 노사관계 현실인데 (노조가) 실업자를 받아 주겠냐”고도 덧붙였다.
이 교수는 해고자나 실직자 같은 비(非) 종업원 조합원이 기업에 출입할 때는 출입 시 사전에 사측의 허락을 받는 등 효율적인 기업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예방 장치를 둘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해고자나 실업자 등 비종업원으로 구성된 노조가 설립되더라도 현행법상 기업이 이런 노조의 교섭 요구를 무조건 받아 줘야 할 의무가 없기에 교섭을 둘러싼 혼란도 제한적일 것으로 이 교수는 내다봤다.
특히 공익위원들은 이번 비준안이 노동계에 지나치게 유리하다는 일부 평가에 강하게 반박했다. 한국의 노동관계법이 국제 기준에 너무 뒤처져 이를 바로 잡기 위해 많은 변화가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이를 특정 세력을 편 들기로 해석해선 곤란하다는 해명이다. 특히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가 ILO 핵심 협약 비준 지체로 다른 나라들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다고 공익위원들은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명박 정부 시절 맺은 한-EU FTA는 명시적으로 EU와 한국에 대해 ILO 핵심협약 8개 비준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우리는 현재 한-EU FTA 위반 상태이며 최근 들어 EU 의회에서 한국의 협약 비준(지체)에 대해 비난하는 결의를 공식 채택하는 등 압박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익위원들이 만든 ILO 비준안이 실현되려면 앞으로 ‘노사정 합의→국회 관련법안 사전 입법→대통령 협약 비준→국회 비준 동의’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노사 양측의 의견이 팽팽히 엇갈려 합의가 쉽지 않은 상황. 경영계는 ILO 협약 비준의 대가로 △단체협약 유효기간 확대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제외 △직장 내 점거파업 불허 △파업시 대체인력 투입 허용 등을 요구한다. 반면 노동계는 △교섭창구 단일화 개선 △쟁의행위 목적 확대 등을 추가로 요구하고 있다.
박수근 위원장은 “공익위원안 발표 이후 단체교섭과 쟁의행위와 관련해 노동계와 경영계 요구 사항을 받은 상태”라며 “이달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논의 해 내년 1월 정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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