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을 위한 김명수 대법원장 자문기구인 ‘국민과함께하는사법발전위원회’가 10개월간의 활동을 끝냈다. 12차례 회의를 거치며 여러 건의를 내놓았지만, 추상적 내용에 그친데다 구체적 실행계획이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구속력 없는 자문기구’라는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그 이름과 달리 국민 참여를 끌어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김 대법원장의 사법개혁 역시나 과거와 같은 법원 주도 ‘셀프개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사법발전위(위원장 이홍훈 전 대법관)는 전날 마지막 회의를 열고 사실상 활동을 종료했다. 사법발전위는 올해 2월 김 대법원장이 제시한 4대 개혁과제를 논의하기 위해 △법관 출신 법조인 3명 △현직 법관 2명 △학계 2명 △언론계 2명 △변호사 1명 △시민단체 1명 등 11명으로 발족했다.
사법발전위는 12회의 회의를 통해 △사법행정 의사결정구조 개편 △민사 국민참여재판 도입 검토 △판결서 공개 확대 △전관예우 근절 방안 마련 등 총 14건의 건의문을 의결했다. 서울중앙지법 한 부장판사는 “개혁 방향의 큰 틀을 잡아줬다는 점에서 80점은 줄 수 있다”며 “특히 법원이 한번도 시도하지 못했던, 사법행정의 틀을 바꾸는 안을 제시한 것은 상당한 성과”라고 평했다.
그러나 실행이 제안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1년 가까운 기간 동안 사법발전위 건의문 중 실행계획이 확정된 건 형사판결서 공개 범위를 내년 1월부터 확대키로 한 것 정도다. 특히 가장 공을 들였던 사법행정조직 개편안 추진이 지연됐다.
김 대법원장은 9월 취임 1주년 담화문에서 “사법발전위가 제시한 매우 획기적 개혁안들을 전폭적으로 수용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별도 후속추진단을 꾸려 법률안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김 대법원장은 지난달 6일 후속추진단이 확정한 개정안이 나오자, 다시 법원 내 의견수렴을 거치겠다고 발표했다. 사법발전위 소속 한 위원은 “대법원장이 지시해 구체적 실행계획까지 세웠는데도 논의가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가버린 것”이라며 “대법원장이 실행을 담보하지 않으면 사법발전위 건의는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사법발전위원들은 전날 마지막 회의를 마친 후 김 대법원장에게 “사법발전위 의결을 토대로 만들어진 사법개혁안이 후퇴 또는 지연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전달했고, 김 대법원장은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 의견을 수렴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평도 뼈아프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관 출신 등 위원 구성부터 법조인이 대부분인 데다, 공청회 한번 개최한 적이 없었다”며 “법원 중심으로 개혁안을 만들어 입법 논의를 하겠다는 식이라면, 과거 대법원이 추진했던 개혁과 다른 게 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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