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밑이 위험하다]
전선ㆍ통신ㆍ수도관 등 국가 필수 인프라 전국에 154km
지하공동구 관리 제각각… 통합지도에 수십년 전 도면 넣기도
지난달 28일 서울 서대문구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와 지난 4일 경기 고양시 백석역 온수 배관 파열 사고가 난 ‘지하 공동구’는 전선과 통신선, 수도관, 열수송관 등 국가 경제와 안보, 국민 생활의 필수 인프라가 지나가는 곳이다. 그러나 ‘공동구’의 관리 부처는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방자치단체, 한국전력 등으로 분산돼 있다. 사실상 하나의 기간시설이지만 컨트롤타워가 없는 셈이다. 갑작스러운 사고나 안전 문제가 파악됐을 때도 효율적인 대처가 힘들 수 밖에 없다.
5일 국토부 등에 따르면 공동구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44조에 따라 200만㎡ 이상의 도시개발을 할 경우 필수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지하통로다. 공동구에는 전선 통신선 수도관 열수송관 중수도관 쓰레기수송관 등이 필수적으로 설치돼야 한다. 가스관과 하수도관은 지자체장이 위원장을 맡는 ‘공동구 협의회’의 검토를 받아 추가 설치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공동구는 현재 전국 30곳 154㎞에 걸쳐 설치돼 있고 서울에만 7곳에 달한다.
국토계획법에 따라 공동구의 일차적 관리는 지자체장에게 있다. 서울시와 세종시는 이를 시설공단에 위탁 관리하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 26일 “KT 사고가 주는 교훈을 발판 삼아 상하수도 전기 가스 열 수송관까지 포함해 공동구를 점검하고 챙겨볼 예정”이라고 말한 배경이다.
공동구 관리는 지자체가 맡고 있지만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관리 주체는 중앙부처로 올라간다. 서울 대전 세종 등은 국가 주요시설이 있는 탓에 국토부가, 나머지는 행안부가 담당한다.
하지만 공동구가 아닌 ‘단독구’는 민간의 책임으로 넘어간다.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처럼 개별 업체가 관리하는 '단독구’는 지하에 거미줄처럼 엮여 정확한 현황도 파악하기 힘든 상황이다. 안전관리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는 셈이다.
도심에 중구난방으로 파인 단독구는 ‘지반침하(일명 싱크홀)’ 사태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국토부는 2014년 8월 서울 송파구 석촌지하차도 도로침하 사고 등 유사한 싱크홀 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뒤 땅속 곳곳에 구축된 지하 인프라를 통합 관리하는 ‘지하공간 통합지도’ 구축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하공간 통합지도는 전국의 통신과 가스 등 지하시설물정보와 지하구조물정보, 지반정보 등 총 15종의 공간정보를 통합해 3차원 방식으로 제작된다. 여기에 표현되는 지하시설물정보는 상수도 하수도 가스 전력 통신 난방 등 6종이며, 지하구조물정보 역시 공동구 지하철 지하보도 지하차도 지하상가 지하주차장 등 6종으로 구성된다. 지반정보는 시추 관정 지질 등 3종으로 표시된다.
국토부는 지하공간 통합지도 구축사업이 현재 목표치의 75%를 완료했다고 자체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당초 내년까지인 구축 완료 시기를 맞출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수천억원을 들여 다시 측량하는 수도관을 빼면 개별 기관의 지하 매설 현황은 도면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수십 년 된 도면이 비용 탓에 재조사 없이 그대로 디지털화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감사원은 지난 2014년 감사에서 정확도 문제를 지적했고 지난해 2월에는 국토부 담당자가 부정확한 데이터 반영으로 징계를 받았다.
1조원이 넘는 막대한 사업이다 보니 예산도 사업 진행의 발목을 잡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 2014년부터 지하 통합지도 구축사업을 시작해 내년 안에 마무리 지을 계획이었지만 기술적인 문제와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1년 이상 늦어질 가능성이 큰 상태”라고 말했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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