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세습 의혹으로 국정조사 대상이 된 서울교통공사가 올해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지난해보다 한 단계 높은 등급을 받았다. 평가 주체인 국민권익위원회는 “현재 관련 감사가 진행 중이라 평가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이 적지 않다.
5일 권익위가 발표한 올해 612개 공공기관 종합청렴도 측정 결과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 4등급에서 한 단계 상승한 3등급(전체 5등급)을 받았다.
권익위는 매년 해당 기관의 행정서비스를 경험한 국민과 기관 내부 직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올 8~11월 실시), 전문가 평가, 부패사건 발생 여부(감점 적용)를 반영해 청렴도를 산정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공직유관단체(지방공기업)로 분류돼 전문가 평가 없이 국민(76.3% 비중)과 직원(23.7%)의 청렴도 평가만으로 3등급을 받았다. 전년 대비 직원 평가가 높았던 것이 등급 상승 이유로 전해졌다.
문제는 올 10월 국정감사에서 서울교통공사 직원의 가족, 친인척 108명이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실이 드러나 고용세습 논란에 휩싸였는데도 부패 사건 감점을 아예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부패 경중에 따라 최대 0.7점(10점 만점)까지 감점이 가능한데 감점을 받으면 통상 등급이 1~2단계 갈린다.
지난해 평가 당시 채용비리 물의를 빚었던 강원랜드와 금융감독원은 부패 사건 감점으로 최하위 등급을 받은 바 있다. 올해 평가에서는 199개 기관이 감점을 받았다.
권익위 관계자는 “단순 의혹 제기, 감사ㆍ수사가 진행 중인 사항 등은 감점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며 “서울교통공사의 채용비리 의혹은 아직 혐의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아 감점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교통공사의 채용비리와 관련해 10월 감사원 감사를 요청했고, 여야는 지난달 21일 공공부문 채용비리 국정조사에 합의한 상태다. 권익위는 감사 등을 통해 구체적 혐의가 확인되면 내년도 평가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번 평가에서 전체 공공기관의 종합청렴도는 평균 8.12점으로 전년 대비 0.18점 올랐으며 선수선발 의혹이 끊이지 않는 대한체육회와 채용비리 논란에 휩싸였던 강원랜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최하 등급인 5등급에 머물렀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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