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정국이 골든타임…문 대통령 지렛대 삼아 민주당 결단 촉구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하는 바른미래당ㆍ민주평화당ㆍ정의당 등 야 3당이 문재인 대통령을 선거제도 개편 협상 테이블에 끌어들이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선거제도 개편에 소극적으로 나서자 문 대통령을 지렛대 삼아 민주당을 움직이게 하겠다는 계산이다.
야 3당은 연일 문 대통령만이 난항을 겪고 있는 선거제도 개편 논의를 풀 수 있다며, 문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청와대 5당 대표 회동을 요구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제도 개편 논의는) 현실적인 모든 권한을 쥐고 있는 문 대통령이 해결해야 한다”며 “여야 5당 대표와의 회동을 통해 연동형 비례제 약속을 지키고 경색된 정국을 풀어줄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말했다.
야 3당이 청와대 회동을 제안하는 건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하고 있지만, 현재 국회 내 정당 간 협상은 지지부진하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선거제도 개편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예산안이란 큰 협상 카드가 사라지게 되면 협상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결단 무기한 철야농성에서 “3일 이내에 이 문제를 처리하지 않으면 골든타임이 지나가게 된다”며 “(청와대가) 오늘이라도 5당 대표들을 다 모아 대통령의 뜻을 다시 한 번 확인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야 3당은 애초 이날 오후 청와대로 가 ‘5당대표 담판회동 촉구 공동기자회견’을 열 계획이었다. 하지만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과의 회동을 갖기로 하면서 일정을 취소하고 한 발 물러섰다. 야 3당은 한 수석에게 청와대 5당 대표 회동에 대한 확답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화당 한 관계자는 “최근 문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해외 순방에 대한 성과를 설명하는 자리가 필요한데, 이때 연동형 비례제도 같이 자연스럽게 논의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여야 대표들 간 신경전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예산안 처리와 연계하겠다는 야 3당의 결정에 “제가 국회의원을 하는 동안 이런 모습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대단히 유감스럽고 국회에 큰 오점을 남기는 사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손 대표는 이에 대해 과거 민주당이 쟁점 법안을 예산안과 연계 처리한 사례들을 언급하며 “(이 대표가)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맞섰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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