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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뛰는 수능 영어 1등급 비율, 평가원은 학생 탓

입력
2018.12.06 04:40
수정
2018.12.06 08:19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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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4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기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4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어, 한국사 등 절대평가로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과목의 등급별 비율이 해마다 널을 뛰면서, 절대평가 도입 취지를 살리기는커녕 오히려 교육 현장의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 심지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이를 ‘학생 탓’으로 돌리면서 논란이 커지는 모습이다.

5일 교육부에 따르면 영어의 1등급 비율은 절대평가 전환 첫 해인 작년 10.03%(5만2,983명)에서 올해 5.30%(2만7,942명)으로 절반 가까이로 줄었다. 2017학년도 수능 때부터 절대평가가 도입된 한국사의 널뛰기는 더 심하다. 1등급 비율은 절대평가 첫 해인 재작년 21.77%에서 지난해 12.84%로 거의 반토막이 났고, 올해 수능에선 다시 36.52%로 3배 가량 폭증했다.

문제는 이렇게 1등급 비율이 널을 뛰는 원인에 대해 평가원은 난이도 조절 실패가 아니라 학생들의 학습 준비도 차이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창훈 평가원 대학수학능력시험본부장은 4일 교육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영어의 1등급 비율이 크게 줄어든 원인으로 “작년 1등급 비율이 좀 높다 보니 학생들이 올해 수능도 좀 가벼이 보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학습 준비도가 다소 떨어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특히 “학생들이 ‘영어에선 100점이나 99점을 맞을 필요 없이 (1등급 커트라인인) 90점만 넘으면 된다’고 판단해 전략적으로 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반대로 한국사 1등급 비율이 훌쩍 뛴 데 대해서도 “작년에 한국사 1등급 비율이 하락하다 보니까 수험생들이 한국사 학습 필요성을 많이 인식한 것 같다”고 했다. 결국 올해 수험생들이 영어 공부를 상대적으로 소홀히 하고 한국사 공부를 열심히 하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수능 절대평가(영어·한국사) 1등급 비율. 그래픽=김경진 기자
수능 절대평가(영어·한국사) 1등급 비율. 그래픽=김경진 기자

교육 현장에서는 평가원의 이런 설명이 책임 회피에 가깝다고 원성을 쏟아내고 있다. 임성호 종로하늘교육 대표는 “이번 영어 시험은 90점 넘는 비율이 2005학년도 수능 이래 3번째로 낮았던 만큼 문제 자체가 어려웠다고 봐야 한다”며 “학생들의 준비 탓을 한다는 것은 내년에도 난이도 조절을 못 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자인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채용석 배명고 교사는 “매년 비슷한 난도로 출제되지 않는다면 학생들에게 시험이 ‘운’이 될 수 있다”며 “올해 수시모집에서 영어 때문에 수능 최저 기준을 채우지 못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교육부와 평가원이 ‘점수 경쟁’을 완화하고 ‘학습 부담’을 줄이겠다는 절대평가의 도입 취지를 살리기 보다는 여전히 ‘변별력’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강태중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부와 평가원이 지난해 1등급이 너무 많이 나온 데 대해 일각에서 문제가 제기되다 보니 난도를 높였을 가능성이 있다”며 “변별이 아닌 ‘성취 표준’에 대한 기준을 다시 세우지 않는 한 현재의 절대평가는 상대평가와 큰 차이가 없다”고 꼬집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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