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엔 “난 관세맨… 대가 치를 것”
하루 만에 강경 발언 쏟아내 대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또다시 극단적으로 다른 두 얼굴을 내보였다. 중국에 대해서는 “나는 관세맨”이라며 사흘 전 맺은 무역전쟁 휴전을 언제라도 뒤집을 듯한 태도를 보인 반면, 지난달 30일 세상을 떠난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 유가족에게는 절제되고 우호적인 행동으로 처신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부시 전 대통령 일가는 그 동안 서로에 대한 비판을 주고받는 등 정치적으로 불편한 관계를 맺어 왔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이날 오후 백악관 건너편에 있는 미 정부 공식 영빈관 ‘블레어하우스’를 방문했다. 블레어하우스는 국빈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한 외국 정상들에게만 제공되는 장소다. 따라서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의 장례 절차가 워싱턴에서 진행되는 동안 유족을 머무르도록 한 것은 극진한 대우로 평가된다.
바깥에서 미리 기다리던 아들 부시 전 대통령과 로라 부시 여사와 만난 트럼프 대통령 부부는 악수와 볼키스로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친밀한 모습을 드러내며 함께 건물로 들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의 호의는 이뿐이 아니다. 그는 트위터에 “오늘 블레어하우스에서 훌륭한 부시가(家)와 함께 하길 고대한다. 지난 이틀간 (그들의) 우아함과 세심함은 놀랄 만했다”는 글을 남겼고, 전날에는 미 의회 의사당 중앙홀을 찾아 고(故) 부시 전 대통령의 관 앞에서 거수경례도 했다. AFP통신은 “한때 격렬하게 싸웠던 정치 가문과의 화해를 보인 것”이라며 “부시 전 대통령 별세 이후 단합을 보이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달라진 트럼프’의 모습을 보여준 셈이지만, ‘여전한 트럼프’의 면모도 같은 날 여지없이 나왔다. ‘90일간 무역전쟁 휴전’을 이끌어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 대해 “미중 관계는 대약진했다”고 주장한 지 하루 만에 다시 중국에 언제든 ‘관세 폭탄’을 퍼부을 수 있다는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그 덕분에 가뜩이나 투자심리가 불안했던 미국 증시는 폭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중국과의) 거래가 실현되겠지만, 그렇게 안 되면 나는 ‘관세맨(Tariff Man)’임을 기억하라. 어떤 사람들 또는 국가가 미국의 막대한 부를 침범한다면 그렇게 하는 특권에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는 트윗을 올렸다. “(합의 불발 땐) 우리는 미국에 들어오는 중국산 제품에 중대한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도 했다. 무역 전쟁 재개 가능성을 뜻하는 그의 이런 발언은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고, 미국 증시 3대 지수는 이날 모두 3% 이상 급락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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