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미국 뉴욕 근처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을 이용하는 손님들은 대재앙급 출발 지연 사태를 겪었다. 눈폭풍으로 발이 묶인 항공기 때문에 공항이 포화상태가 된 데다, 오래된 배관이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화재 대응 살수기에 물을 공급하는 내부 배관이 낮은 온도 때문에 파열되면서 수하물 위탁 구간이 물바다가 됐다. 릭 코튼 뉴욕 항만관리국장은 당시 “배관에 온도 변화에 따른 대비 조치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게 원인”이라고 말했다.
JFK공항 사태에서 보듯 배관 파열 사태는 미국ㆍ캐나다 등 북미에서도 심각한 문제다. 노후 배관과 급격한 온도 변화가 주원인으로 꼽히지만, 제때 배관을 교체하지 않은 노후화에 따른 사고도 빈발하고 있다. 대응 설비가 돼 있지 않은 경우, 혹은 배관 자체가 너무 낡아 내부에 녹이 슬어 배관이 막히거나 배관 자체에 금이 가고 구멍이 뚫리는 경우 흐르던 물이 밖으로 터져 나온다. 주변이 물바다가 되고 때로는 땅이 꺼지는 ‘싱크홀’ 현상까지 발생한다.
미국 유타주립대 매립구조물실험실이 올해 3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에서 2018년까지 6년 동안 미국과 캐나다에서 수도관 파열 사건은 연간 100마일(약 160㎞)당 14회꼴로 발생했다. 6년 전 동일하게 조사한 보고서에서는 11회로, 파열 발생률이 27% 증가한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뉴욕 맨해튼과 허드슨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뉴저지주 호보컨의 경우 6월부터 8월까지 총 18차례나 배관 누수 현상이 발생했다. 시 당국이 이 시설 관리를 책임진 수에즈사에 소송을 제기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수에즈사는 “배관 설비가 19세기 말에 설치됐다”라며 오히려 시 당국이 나서서 설비를 최신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유타주립대 보고서에 따르면 북미 전체 지하 배관 중 28%를 차지하는 주철(CI)관과 13%를 차지하는 석면시멘트(AC)관에서 특히 사고가 빈발한다. 배관이 낡았기 때문이다. 주철관 가운데 82%, 석면시멘트관 가운데 27%가 최소 50년 전 매설됐다. 호보컨 사례처럼 100년 이상 전에 설치된 배관도 있다. PVC배관이나 가교폴리에틸렌(PEX)배관 등 상대적으로 최신 배관은 부식 문제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파열 발생률도 낮다. 이런 배관의 경우 주변 지역 공사 도중 실수로 인해 파열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낡은 수도관은 파열 외에도 마시는 물에 납처럼 위험한 성분을 포함시키는 문제를 유발한다. 북미 수도관의 대부분은 20세기 초에 건설돼 그 수명이 끝나가고 있다. 그러나 유타주립대 보고서에 따르면 북미 연간 배관 교체율은 0.8%에 불과하다. 평균적으로 배관이 처음 설치된 후 무려 125년이 지난 후에야 교체가 되는 셈이다. 미국 연방 환경보호청(EPA)은 올해 4월 총규모 55억달러에 이르는 수도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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