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이탈리아 그랑사소 입자물리연구소 과학자들이 자체 개발한 장비 ‘다마(DAMA)’를 이용해 우주에서 날아오는 ‘윔프(WIMP)’ 신호를 포착했다고 주장했다. 과학 실험은 재현을 통해 입증된다. 그런데 지금까지 누구도 다마 실험을 재현하지 못했다. 윔프의 존재는 그렇게 오랜 미스터리로 남았다.
이 해묵은 논란을 검증할 길을 한국이 주도하는 국제공동연구진이 열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우리나라 포함 5개국 50명 과학자가 참여하는 ‘코사인-100 공동연구협력단’(이하 연구단)이 다마 실험을 반박할 데이터를 확보했다”고 4일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영국 국제학술지 ‘네이처’ 6일 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윔프는 우주의 26.8%를 차지한다고 추정되는 암흑물질의 유력한 후보다. 존재는 확실하지만 현재 기술로는 정체를 알 수 없어 ‘암흑’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윔프는 ‘다른 물질과 약하게 상호작용하는 무거운 입자’라는 뜻으로 고 이휘소 박사의 1977년 유고논문에서 존재를 추정하는 아이디어가 시작됐다.
이탈리아 과학자들은 윔프가 존재한다면 상호작용할 것으로 알려진 요오드화나트륨(NaI) 결정을 특수 용기에 담고 방사선 같은 잡신호를 막기 위해 주위를 납으로 차폐한 장비를 만들었다. 이름은 암흑물질(Dark Matter)의 영문 앞글자를 따 다마라고 붙였다. 이들은 다마로 1998년부터 계절에 따라 변하는 신호를 포착해, 학계에 이게 윔프의 흔적이라고 보고해왔다. 세계 여러 연구진이 이를 증명하려 재현을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한국 주도 공동연구단은 2016년부터 강원 양양군 지하 700m에 다마와 비슷한 장비를 만들어 실험을 시작했다. 다마 연구팀이 관측했다는 신호를 그려보면 코사인 함수와 닮았고, 기술의 핵심인 NaI 검출기가 약 100㎏이라서 장비를 ‘코사인-100’이라고 명명했다. 코사인-100이 작동 초기 59.5일(2016년 10월 20일~12월 29일) 동안 도출한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진은 다마 연구팀 주장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현수 IBS 부연구단장은 “다마 신호가 정말 윔프라면 이 기간 1,200번의 신호가 포착돼야 했지만, 윔프라고 확신할 만한 신호는 없었다”고 말했다.
연구단에 따르면 다마와 같은 수준의 검출기를 자체 개발해 윔프 검증 가능성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실험 기간이 아직 짧다. 연구단은 향후 추가 데이터를 확보해 5년 이내에 다마 실험을 최종 검증 또는 반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윔프는 존재가 증명되면 노벨상이 유력하다. 연구단의 검증이 노벨상 향방의 키를 쥐고 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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