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 선거 당시 타고 다니던 SUV 차량이 그의 공약으로 탄생한 세종시(행정중심복합도시)에 전시된다.
5일 세종시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이 2000년 제16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을 때 타고 다니던 무쏘 차량을 최근 기증받았다.
대통령기록관을 제외하고, 노 전 대통령이 사용했던 물건이 세종시에 기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 전 대통령은 민주당 후보로 부산 북구 강서을에 출마해 이 차량을 타고 선거운동을 했다. 정치인 ‘노무현의 발’이었던 셈이다. 그는 당시 총선에서 35.7%의 득표율에도 불구하고 낙선했지만 2년 뒤 16대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돼 청와대에 입성하며 정치 인생의 정점을 찍었다.
이 차량은 당시 노 전 대통령을 수행했던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소유의 차량으로 최근까지 그의 동생이 타고 다녔다.
차량 기증은 이 전 수석이 먼저 이춘희 세종시장에게 의사를 전해와 이뤄졌다. 노무현 정신이 깃들어 있는 세종시에 전시해 일반인들에게 홍보하면 좋겠다는 것이다. 이 전 수석은 이를 통해 노무현 정신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도 담아 기증 의사를 밝혔다.
이 시장의 지시로 실무 작업에 나선 시 담당 부서는 차량 원부 등을 통해 번호판이 지역에서 전국으로 바뀌었을 뿐 노 전 대통령이 총선 때 타고 다니던 차량임을 확인했다.
이 차량은 노 전 대통령을 다룬 다큐멘터리 ‘새로운 날들’을 비롯해 ‘노무현의 전쟁’과 영화 ‘나는 노무현입니다’ 영상 속에도 등장한다. 차량은 5기통 1999년식(9월 11일 등록ㆍ배기량 2,874cc)으로 출고된 지 20년이 다 됐다. 주행거리도 40만㎞에 육박하지만 비교적 관리가 잘 돼 지금도 운행에는 큰 지장이 없을 정도라는 게 시의 설명이다. 외관도 말끔한 편이다.
시는 관련법에 따라 기부심사위원회 등 절차를 거쳐 지난달 초 차량을 기증받아 보관하고 있다. 시는 내년 4월 정부세종청사 인근에 완공하는 지방자치회관에 공간을 마련해 이 차량을 전시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차량은 기증을 받아 보관 중이지만 아직 일반에 공개하진 않고 있다”며 “컨셉을 잘 잡아 공간을 꾸민 뒤 시민이나 세종시를 찾는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전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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