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선택을 할 사람을 찾아 실행에 옮겼다가 자신만 살고 상대방은 숨지게 만든 택시운전사가 1심과 마찬가지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 김대웅)는 5일 자살방조 혐의(촉탁ㆍ승낙에 의한 살인 등)로 재판에 넘겨진 A(55)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있고, 피해자가 피고인 연락을 받기 전부터 이미 자살을 결심하고 있었던 상태였던 사정이 있다”면서도 “자살방조는 누구도 함부로 처분할 수 없는 절대성과 존엄성을 지닌 인간의 고귀한 생명을 침해하는 범죄라는 점에서 결코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은 누범기간 중에 범행을 저지르는 등 1심에서 선고한 형이 무거워 부당하다고 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업무상 횡령죄로 실형을 선고받아 수감된 적이 있는 A씨는 사업실패, 이혼 등으로 우울증을 앓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기로 마음 먹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접속해 B씨를 찾아낸 것으로 조사됐다. 연락을 나누던 이들은 1월 28일 A씨 택시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지만, B씨만 사망했고 A씨는 살아남았다. 검찰은 A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위한 방법을 모의하고, 필요한 도구를 준비하는 등 B씨 자살을 방조한 혐의로 A씨를 기소했다.
앞서 1심은 “절대적으로 보호되어야 할 가치인 피해자의 생명이 침해되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그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형법상 자살방조죄는 징역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에 처해진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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