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종석이 호평과 의미를 모두 잡은 ‘사의 찬미’를 통해 대체불가 연기자로서의 현명한 행보를 인정받았다.
노개런티 출연을 자처, 정상급 배우로서의 책임감을 다하며 귀감을 산데다 첫 시대극 속에서 깊이 있는 연기력을 다시금 입증하며 똑똑한 필모그래피까지 이어가게 됐다.
지난 4일 종방한 SBS ‘사의 찬미’에서 이종석은 문학과 조국 그리고 생애 단 하나의 연인 심덕(신혜선)을 사랑하지만 그 어느 것도 온전히 가질 수 없었던 불운한 시대의 청춘이자 작가 김우진 역을 연기했다.
그간 ‘사의 찬미’는 여러 차례 영화 뮤지컬 등을 통해 극화된 적 있지만, 소프라노 윤심덕이 아닌 작가 김우진의 삶을 집중 조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종석은 동명 작품에서 다소 유약하게 그려졌던 김우진의 캐릭터를 탈피, 글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가진 작가 김우진을 현실감 있게 그려내며 실존 인물을 재조명하게 했다.
앞선 다수의 작품을 통해 장르의 경계 없는 연기력을 인정받은 만큼, 시대극 속에서도 그의 캐릭터 소화력은 보는 이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많은 대사와 터뜨리는 감정 표현 없이도 시대에 고뇌하고 사랑에 아파하는 김우진의 감정을 섬세하고 내밀하게 표현해내며 ‘믿고 보는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했다.
이종석은 심덕 역의 신혜선과의 멜로신에서는 우수에 젖은 눈빛만으로 죽음도 불사한 사랑의 깊이를 시청자에 고스란히 전달했다. 단 3회 만에 첫 만남부터 죽음까지 이어지는 빠른 전개였지만 이종석이 그려낸 김우진의 세밀한 감정 변화는 보는 이들을 극으로 빠져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또 꿈을 억압당하며 자신을 드러내기에 인색했던 우진이 심덕을 만나 다시 펜을 잡고 사랑이라는 감정을 표출하게 되는 극적인 캐릭터 변화는 이종석의 유려한 연기력으로 설득력을 입었다.
여기에 중저음의 음성과 정확한 딕션 등 이종석 특유의 대사 전달력은 김우진의 시를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중 앞에 소개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아름다운 미장센 속 그의 목소리를 타고 흐르는 애절한 내레이션은 시청자에게 듣는 기쁨을 시대극 의상으로 배가된 이종석 본연의 수려한 비주얼은 보는 즐거움까지 안겼다.
특히, 연기력과 스타성을 겸비한 이종석의 노개런티 출연은 단막극 활성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이끌어내며 ‘사의 찬미’의 의미를 배가시켰다. 데뷔 초 ‘하이킥 시리즈’를 통해 하이틴 스타로 떠오른 뒤 여러 러브콜을 뒤로하고 드라마 스페셜 ’내가 가장 예뻤을 때’에 출연하기도 했던 그는 시청률과 무관하게 소재와 전개의 다양성을 시도하는 단막극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다.
그리고 전작 ‘당신이 잠든 사이에’를 함께하며 신뢰를 쌓은 박수진 감독과 공통 관심사로 의기투합했고, 이종석의 캐스팅으로 첫 삽을 뜬 ‘사의 찬미’는 본격적으로 제작될 수 있었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실화를 소재로 한 만큼, 한류스타로서 부담감이 작용했을 법 하지만 이종석은 ‘사의 찬미’의 긍정적 방향성에 출연을 감행하며 많은 이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방송 직 후 그는 SNS를 통해 “SBS는 단막극을 많이 만들어 주세요”라는 바람을 전하며 대중의 지지를 더했다.
이 같은 이종석의 의미 있는 행보는 그의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는 내년 1월 첫 방송되는 tvN 새 토일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를 통해 데뷔 10년 만에 첫 로맨틱 코미디물로 대중 앞에 선다.
복합 장르물을 통해 다소 판타지적 캐릭터와 감정선 깊은 서사를 연기했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는 보다 현실감 있는 연하남의 설레는 매력을 드러내며 대한민국 여심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김한나 기자 gkssk1241@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