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중진 검사 ‘검사의 스포츠’ 출간
경기장 속 에피소드를 법률로 해석
“스포츠도 ‘치외법권’ 아니다”
2015년 4월 12일 부산 사직구장. 타자 몸 쪽으로 강속구가 날아든다. 허리를 꺾고 엉덩이를 빼며 두 번이나 피했지만, 시속 137㎞짜리 직구가 기어이 타자의 엉덩이에 꽂힌다. 고의가 의심되는 연속 빈 볼에 격분한 선수들이 벤치에서 경기장으로 뛰쳐나온다(벤치 클리어링). 3년이 지난 지금도 ‘고의적 위협구’의 대표 사례로 야구팬 사이에서 회자되는 장면이다.
그렇다면 ‘경기 중 일어난 고의적 빈 볼은 형사 처벌이 가능할까, 감독이 시킨 빈 볼이라면 감독은 교사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을까.’ 스포츠 팬이 혹할 이런 이야기들이 엮여 책으로 나왔다. 저자는 현직 검사, 그것도 시국 사건, 선거 사건 처리에 도통한 베테랑 공안검사다. 광주지검 공안부장, 대검찰청 공안1과장을 지내고 현재 전국 공안부서의 핵심 중 핵심에 있다. 5일 양중진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장을 서초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선수들은 규칙을 넘어 엄청난 일을 저지르면서도 그것을 경기의 일부라는 이름으로 합리화하곤 합니다. 그러나 스포츠도 ‘치외법권’은 아닙니다.” 양 부장검사의 일성이 책을 관통하는 메시지다. 책 제목을 ‘검사의 스포츠’라 지을 만큼 스스로 스포츠광인 그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법률을 접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평소 좋아하는 스포츠를 소재로 글을 쓰게 됐다”고 했다.
그가 지금껏 스포츠를 지켜보며 놀랐던 점은, 선수뿐 아니라 지도자마저 경기 중 발생하는 일은 ‘경기의 일부’일뿐 법률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착각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야구의 빈 볼은 현실에선 벌금과 출장정지가 고작이지만, 법적으로는 특수폭행죄(단체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으로 폭행한 것)에 해당한다. 감독이 이를 지시했다면 교사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벤치 클리어링이 폭력으로 이어진다면 집단폭행죄가 성립될 수 있다. 양 부장검사는 “빈 볼은 사람에게 돌을 던지는 것보다 위험하고, 벤치클리어링은 사실 패싸움”이라고 꼬집었다.
야구뿐 아니다. 그가 보기에 경기장에선 고의적 폭력이 아무렇지 않게 자행된다. “더 세게 치라”고 비신사적 파울을 주문하는 작전시간 중 감독의 얼굴이 생중계되기도 한다. 그는 “스포츠 종목마다 고유한 자율성의 원리가 작동하고, 법률도 그 자율성을 존중하지만, 한계를 넘어섰을 때는 당연히 법률이 개입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4월 두산베어스의 한 선수가 브로커의 승부 조작 제안을 뿌리치고 신고한 게 자기 일처럼 뿌듯했다고 한다. 양 부장검사는 “정정당당이라는 스포츠정신에서 벗어나다 보면, 승부 조작이나 불법 도박의 늪에 빠지기도 한다”며 “작은 것부터, 감독과 코치부터, 생각을 바꿔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법을 설명하는 자세나 서슬 퍼렇게 다가오는 이력으로만 그를 평하는 건 겉핥기다. 나태주 시인이 책에 남긴 추천사는 이렇다. “전혀 검사스럽지 않았으며, 첫인상부터 이웃집 아저씨거나 금방 헤어진 직장동료 같았다.” 기실 그는 대학생 때 신춘문예의 꿈을 안고 시를 끄적거리던 문학청년이었다. 검사 임관 후 업무에 치여 글을 멀리하다 2016년 법무부 과장직을 맡으면서야 다시 펜을 잡았다. 그 결실은 올해 7월 ‘검사의 삼국지’ 출간, 이달 ‘검사의 스포츠’ 출간으로 연거푸 맺혔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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